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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번역] 포기정이 말하는 <천수위의 낮과 밤>

이 글은 <천수위의 낮과 밤>으로 이번 금상장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포기정의 인터뷰를 번역한 글입니다. <망불료>의 장백지 이후로 끊어진 홍콩 여배우가 금상장 여우주연상을 포기정이 다시 탈환했습니다. 영화도 정말 좋았고 포기정의 연기도 정말 훌륭했고요. 그 연기에 반해 인터뷰 번역을 하게 됐고, 기자의 제 맘 같은 질문에 순간순간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본 블로그의 번역 글이 언제나 그렇듯이 단순 감상을 위해 거칠게 번역된 글이며 문제 발생시 언제든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출처 : 이 곳




 

2009년 4월 19일 거행된 금상장 시상식에서 <천수위의 낮과 밤(이하 천수위)>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4개 부분을 수상했다. 포기정의 이름이 호명된 순간 시상식 안은 박수로 가득 찼고 박수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포기정은 <천언만어(千言万语)>로 허안화 감독과 작업을 한 전력이 있다. <천수위>는 그들의 두 번째 합작이다. 허안화는 요 근래 조연으로만 활약했던 포기정을 주연으로 발탁했다.



당시 난 “감독님, 이 영화를 누가 볼까요?”라고 물었다.


포기정 : <천언만어>는 10년 전 작품인데 당시 허안화 감독이 날 무척 좋아했다. 2007년에 허 감독은 나에게 이런 작품을 찍을 거라고 말했고 난 좋다고 했다. 당신도 홍콩의 영화계를 알고 있다시피 오늘 날 찾는다고 내일 날 찾는 건 아니다. 나는 촬영하러 그들이 올 때까지 속으로 그냥 감독이 말만 한 거겠거니 했다. 나는 조연배우인데 이번에 여주인공을 하라는 거다. 당시 난 “감독님, 이 영화를 누가 볼까요?”라고 물었다. 감독이 너무 대담하다고 느꼈다, 누가 보기나 할까? 현재 나는 허 감독에게 정말 탄복했다. 절대적으로 그녀는 영화에 대해 감각과 열정이 있는 감독이다. 허안화는 이 작품이 흥행 여부에 상관없이 만들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당신들은 <천수위>의 제작비가 얼마일지 상상도 못할 거다. 돈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감독은 열정적으로 이 작품을 찍었고, 나는 처음 봤을 때 정말 감동했다.


왜 당신을 주연으로 발탁했는지 혹시 묻지 않았나?

포기정 : 당연히 물었지. 그녀는 내가 적합하다고 했다. 난 이 역할을 할 배우는 많다고 말했고 허안화는 나에게 하라고 했다. 작은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그때는 영화의 할머니 역할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난 반나절을 고민한 뒤 내가 할머니 역을 하겠다고 했다. 할머니 역이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허안화는 나에게 할머니가 아닌 주연을 하라고 했다. 계속해서 할머니 역을 맡을 배우를 만나봤지만 적당한 사람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방송국에서 함께 일했던 친구(진려운)를 추천했다. 허안화는 굉장히 만족하며 그녀를 캐스팅했다.


포기정과 허안화의 안목이 독특하다는 사실은 증명됐다. 무명이었던 진려운은 이 작품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흔적이 전혀 없는” 생활이 이 영화의 특징이다


포기정 : 내 딸이 이 작품을 무척 좋아한다. 어디가 좋냐고 물었다. “엄마가 이렇게 연기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전에 찍은 TV 드라마와는 엄청 다르다.” 뭐가 다르냐고 물었다. 연기같지 않다고 하더라. 맞다고 했다. 우리 배우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도 있고 절대적으로 감독의 요구 때문에 그렇게 된 것도 있다. 절대 작위적이지 않게, 완전히 자연스럽게 연기해야 했다. 나 자신에게도 엄청난 전환점이었다, 일반적으로 나이든 배우들은 연기를 하도 해서 어느 정도 연기에 가식이 들어가니까…….

포기정 : 벌써 표정은 이렇게 해야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경험이 너무 많으니까, 이건 노배우가 타파해야할 틀이기도 하다. 내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느껴서 정말 기뻤다. 내 아들(영화에서 양진용이 연기한 장가안)은 원래 연기를 몰랐는데 전혀 배우라는 흔적이 없다. 나는 개의치 않았다, 그저 이 배역과 어떻게 하나가 되어 내가 예전과 다른 연기를 할 수 있을지만 생각했다. 무척 단순명쾌한 결론이었다. 삶이 얼마나 비참하냐고? 조금도 그렇게 느끼지 않는 게 바로 이 캐릭터다. 자신의 온 삶을 동생과 가정에 바치는 것처럼. 우리는 여전히 낡은 집에 살지만 그들은 좋은 집에 살고 차도 있다. 그녀에게 원망은 전혀 없다. 만약 한 마디라도 불평을 한다면 오어편(粤语片 : 홍콩의 공식화된 오어편, 홍콩인들은 이를 오어잔편이라고 부른다)으로 변해버린다. 심각한 편인 시나리오를 그렇게 만든다는 건 절대 안 될 일이다.


영화를 보면서 초반에는 무척 담백하다고 느꼈다. 가족들의 관계가 무척 소원하다고 느꼈다. 아들과의 사이에서도, 자신의 남동생과의 관계에서나, 모친이 병이 났는데도 자신이 할 일을 한다. 그러나 갑자기 여공(女工)이었을 때의 흑백 사진이 나오자 정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포기정 : 홍콩에서 그렇게 노동하는 여성은 무척 많다. 내가 연기한 캐릭터는 평생을 그렇게 살았고, 홍콩에서 공장이 가장 발달했을 시기에서 현재까지 휴식은 없었다. 수많은 여성 노동자가 홍콩이 노동으로 부를 창조하는데 엄청난 공헌을 했다. 어패럴 산업 역시 여성 덕에 발전한 것이다. 어느 정도, 홍콩의 당시 여성 노동자가 사회를 창조하는 모습이 진짜 이랬다는 걸 진실되게 반영하고 있다.




연기는 절대 대중을 기만해서는 안된다


당신의 예전 삶이 연기에 도움이 되었나?

포기정 : 당연히 도움을 받았지. 훈련반에서 공부한 것도 도움이 됐다. 훈련반에 있을 당시 나는 공장에서 3개월을 일했다. 당시 무척 기뻤다. 공장에서 일한다는 건 배우로서 흔치 않은 기회였으니까.


꼭 <천수위>를 위한 준비 같다.

포기정 : 나는 내가 연기하도록 삶이 정해져있다고 느낀다. 왜 지금까지 날 좋아하는 관객들은 나에게 너무 좋다고 하면서 내 연기가 너무 사실적이며 그녀들과 무척 친밀하다고 할까? 나는 이 모든 것이 그때의 삶과 조금도 분리될 수 없다고 느낀다. 한 개인의 연기는 절대 관객을 기만해서는 안 된다. 내 연기가 진짜 같은지 가짜 같은지 관객들은 보기만 하면 바로 안다. 어떤 가식이라도 숨길 수가 없다.


담담한 이야기의 <천수위>에 수많은 관객들은 감동받았다. 그토록 단순하면서 진실된 스토리를, 기자는 친구에게 다시 말하면서 절반도 말하기 전에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포기정 : 내 딸도 그러더라,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안돼서 울기 시작했다. 왜 우냐고 물어보니 너무 감동받았다고 하길래 딸이 이해를 못하는가보다 싶었다. <천수위>에서의 연기는 나 자신에게 있어 거대한 터득이었다. 한 배우가 감정적인 장면을 연기할 때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며 우는 건 무척 쉽다. 자신의 감정을 생각해내면 울 수 있다. 그러나 이 캐릭터에게 부합되는 눈물이란, 도대체 어떻게 울어야 하는 것일까? 한참을 생각하다, 자신이 평생 비교적 고생스럽게 살았고 남편은 늙어서 죽었는데 나 혼자 굳세게 살아가고 있다고 깨닫는 순간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내가 연기한 이토록 강인한 캐릭터는 어떻게 울까? 나는 어떤 동작을 생각해냈고(영화 속에서 바지를 당기는 동작을 보여줌) 감독은 배역에 맞는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나는 고지삼(高志森)이 당신 동생으로 등장해서 의외였다. 고지삼은 유명한 코미디 감독인데 연기가 괜찮더라. 과장된 연기를 할 가능성이 있었는데 감독에게 혼나지는 않았나?

포기정 : 허안화와 작업하는 배우는 자연스럽게 연기하면 되고 부담은 없다. 어떤 감독들은 압력을 느끼며 무척 고통스러워하며 연기를 잘하려고 할수록 나빠지는데, 허안화는 그렇지 않다. 허안화는 당신을 마음 편하게 만들어준다. 이런 점이 난 무척 좋았고 더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



포기정은 저명한 예술가 집안 출신이다. 아버지인 포방은 홍콩의 덕망 높은 영화인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촬영감독 동생 포덕희는  <와호장룡>으로 오스카에서 촬영상을 수상했다.

동생이 이 영화를 봤나?

포기정 : 아니. 동생은 북경에서 <공자>를 찍고 있다.


동생이 오스카를 탔을 때 당신의 아버지 포방 선생은 무척 기뻐했겠다.

포기정 : 당시 조금씩 노화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경미한 상태였다. 아버지에게 동생이 오스카를 탔다고 말씀드렸듯이 아버지는 “빌어먹을, 이젠 외국인이 주는 상까지 타는구만.”이라고 하셨다. 경미한 상태라고 말했지만 사실 아버지는 어느 정도 진행이 된 상태였다. 왜냐면 수상 영상을 보여드렸지만 재차 탔냐고 물으셨다. 아버지는 상을 탔다는 건 알았지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하셨다.


아버지는 당신의 자녀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인정받는다는 사실에 하늘에서 분명 안도하고 계실거다.

포기정 : 만약 내가 상을 탄다면 제일 먼저 부모님께 감사하고 싶다. (19일 금상장에서 포기정은 이 말을 했다) 그 분들이 나에게 재능과 기술을 주셨고, 어릴 때부터 열렬하게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주셨다. 부모님이 나에게 그런 마음을 길러주셨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60세는 퇴직해야 하는 시기라 배우를 할 수 없다고 말하곤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은퇴하고 싶다고 느껴본 적 조차 없는 건 부모님의 영향 덕이다. 그 분들은 내가 지금 이러고 있는 것처럼 평생을 연기하셨다. 아버지는 촬영 중에 중풍을 겪으며 병이 났다. 아마 나도 앞으로 작업 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괜찮다고 본다, 내 삶을 이 일에 바쳤으니까. 부모님의 특별한 영향으로 지금까지 계속 굳세게 버틸 수 있었고 또 무척 기쁘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고통스러운 일을 하냐고 묻는다. 나는 작년에 중국 대륙에서 영화를 찍었는데 약초를 캐는 장면이었다. 내가 땡볕 아래서 산을 오르는 모습 등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고통스러운 일을 하냐고 물었다. 나는 전혀 힘들지 않고 즐겁기 때문에 하는 거다.



<천수위>를 찍을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조건


허안화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 <천수위의 밤과 안개>를 봤나?

포기정 : 아직 안 봤다.


<천수위이 낮과 밤>이 온화하다면 <밤과 안개>는 무척 참혹하더라.

포기정 : 당시 어떻게 <천수위>를 찍을 수 있었는지 아나? 첫 번째 조건이 허안화가 <밤과 안개>를 찍어야 그 다음에 <낮과 밤>을 찍을 수 있었다.

포기정 : 그런데 뒤에 걸 먼저 찍게 돼서 우리 작품을 찍은 거지.


듣자니 <밤과 안개>를 더 상업적으로 봤다고 들었는데, <낮과 밤>을 사람들이 더 좋아한다고 하더라.

포기정 : 맞다.


나는 <밤과 안개>를 다 보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냐면 똑같이 천수위라는 지역을 다뤘는데 차라리 <낮과 밤>처럼 힘을 주는 영화는 찍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

포기정 : 나는 허안화가 드문 감독이라고 느낀다.





나는 정말 행복한 여성이다


홍콩에서 왕가위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남우주연상을 타기 쉽고, 허안화 영화의 여자 주인공은 여우주연상을 타기 쉽다. <천언만어>의 이려진, <이모의 포스트 모던 라이프>의 사금고왜, <여인사십>의 소방방, 그리고 당신까지. (이 인터뷰는 금상장 시상식 전에 진행됐으나, 이 질문을 할 당시 홍콩 비평가 협회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상태였다)


포기정 : 만약 내 예상대로라면 이번에 유미군(<성공작자2 : 자궁을 팔았지 몸을 판게 아니야>의 주인공이며 금마장에서 여우주연상 수상) 아니면 나 둘 중에 한 명이 탈 것 같다.

포기정 : 나는 정말 행복한 여성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고 내 영역에서 이렇게 좋은 기회를 얻어 현재 발전할 수 있으니까. 운이 좋다고 느끼며 무척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