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터뷰

[번역] 장가휘 인터뷰 - 상은 내게 윤활유다

* 이 글은 7월 2일 외탄화보에 실린 장가휘의 인터뷰를 부분 번역한 글입니다. 단순 감상을 목적으로 거칠게 번역된 글이며 문제가 발생시 언제든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흑사회>에서 숟가락을 씹어 먹는 장가휘를 보면서 '왜 저래?'란 감정밖에 없었다. <흑사회; 이화위귀>에서는 도식적인 캐릭터라고 느껴져서 별 매력을 못느꼈고. 이런 그가, 나에겐 조연으로 익숙한 그가, 임초현의 <증인>으로 남우주연상을 탔다. 게다가 <증인>의 주인공인 사정봉을 제치고 말이다.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비스트 스토커>란 제목으로 상영되는 <증인>의 두 조연(혹은 주연)인 장가휘와 요계지는 각자 금상장에서 주연상과 조연상을 탔다.) 금상장 시상식에서 남의 수상을 자기일처럼 기뻐하는 모습은 또 어찌나 젠틀한지! 반해버렸다.  

*** 두기봉 감독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기자는 잊지 않고 왕정도 물어보며. 깔깔. 읽으면서 재밌었다. 뭣보다 내가 좋아하는 여부와 상관없이, 어느정도 인생의 완숙기(물론 이것도 상당히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이지만)에 접어든 사람의 '말을 듣는 건' 언제나 재밌다. 그래서 오랫만에 즐겁게 해석했다. 

**** 그나저나 쓸만한 사진 찾기 힘들더라. 구글 뒤져보다 포기했다. 




본인 입으로 이 상(금상장 남우주연상)을 20년 간 꿈꿨다고 했지만 시상식에서는 오히려 무척 침착하더라. 그때 어째서 펄쩍 뛰거나 소리 지르지 않았나?

나도 그때 왜 그렇게 침착하게 상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사실 20년이란 시간이 별거 아니라고 느꼈다. 허다한 배우들이 모두 2, 30년의 경험을 갖고 있지만 상을 탈 기회를 얻는 건 아니다. ‘너무 억울해, 20년이나 기다리다니.’ 이런 생각을 한 적은 절대 없다. 상을 못탔어도 내 길을 이렇게 계속 걸어갔을 테니까. 여전히 연기가 좋고 연기를 위해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 아마 신문에서 당신이 그런 문장을 봤는지 모르지만 실제로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난 계속 노력했고 내 일을 위해 분투했으며 이 상이 나에게 온다면 무척 기쁠거다. 이렇게 말했다.


지금 금상장 남우주연상은 당신의 20년 노력에 대한 가장 훌륭한 증거인 셈인가? 수상이 당신 예상보다 늦었다고 느끼진 않았나?

아니다. 20년이 늦었다고 느끼지 않는다. 상을 받아서 무척 만족스럽긴 했다. 왜냐면 노력하는 배우는 정말 많지만 상의 기회는 적으니까. 좋은 시나리오와 훌륭한 감독, 뛰어난 협력자들이 있어야 한다. 사실 난 내 자신이 그렇게 운 좋게, 임초현과 다른 동료들과 <증인> 찍게 될 수 있을지 몰랐다.


남우주연상 수상 후 삶에 대한 태도에 변화가 있나? 친구들의 전화가 많아졌나? 계약도 늘어났을 것 같다. 예전에 당신을 존중하지 않던 사람에게 변화가 생기진 않았나?

솔직히 상을 탔다고 큰 변화가 생기진 않았다. 일이나 사생활에서 별다른 변화는 없다. 그저 내 희망은 이 상을 계기로 좋은 시나리오를 더 많이 받아봤음 좋겠다. 오락물이던 예술물이던 상관없다. 홍콩에도 내가 같이 일해보지 않은 감독들이 많다. 이 상을 기회로 그들과 더 많이 교류하고 일했으면 좋겠다.


<증인>의 홍리나 <흑사회>에서 숟가락을 삼키는 장면은 당신 본인과 무척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내 연기 인생은 <증인>의 홍리의 과정과 닮았다. 가령 어떤 일을 하고 싶은데 그 일은 당신 생각처럼 되질 않고 더 좋은 조건이 있어야 한다. 간단하게 말해서 과거 내가 연기한 각 장면은 내 자신의 심리상태다. <증인>처럼 나는 생활에서 누구나 난관에 부딪치고 순풍에 돛 단 것처럼 사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내 자신의 생각이다. 인간은 계속해서 돌파구를 찾는다. 이게 동력이 된다. 동시에 이게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남자가 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야심을 가져야 한다.


당신은 경찰이기도 했는데 나중에 경찰 역도 많이 했다. 경찰 배역에 갈등은 느끼지 않았나?

꼭 그렇진 않다. 여러 배역을 연기했고 아직 연기하지 못해본 배역도 많으니까. 아마 내가 홍콩에서 자랐고 홍콩영화에 경찰 비리 이야기가 많으니까 나 자신이 특별히 그런 제재를 좋아하긴 한다. 연기할 때 더 즐기는 것도 있고.



경찰이었을 때 좋은 경찰이었나? 왜 직업을 바꿨나?

나야 좋은 경찰이라고 느꼈지. 그렇지만 사복경찰을 못하게 하더라고. 젊었고 충동적이었으니까 전업했지. 그렇지만 경찰 경험이 경찰을 연기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현실과 영화는 다르니까. 연기에는 강렬한 극적인 면이 필요한데 가장 기본적이면서 바라는 건 내가 연기에서 돌파할 수 있는 여지를 찾았음 한다.


<증인> 이전의 대표작은 뭐라고 보나?

대표작이라고 할 수는 없고 내가 비교적 좋아하는 캐릭터는 있다. <흑사회>, <익사일>, <화골룡과 천년충(化骨龙与千年虫)>을 특히 좋아한다. 화골룡은 무진장 귀여운 캐릭터였고 TV 드라마로는 <천지호정(天地豪情)>이 있다.


이전에 금상장 조연상에 두 번 후보로 오른 적이 있지만 상을 타지 못했다. 실망스러웠나?

상을 못타면 사실 유쾌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상을 못 탔다고 특별히 불쾌해지는 건 아니니까. ‘질투하면 지는 거’라고 느낀다. 이번에 못타면 다음번이 있을 거고 나야 하던대로 계속 하면 되니까. 이번에 상을 탔을 때 굉장히 기쁘긴 했다.


배우를 관두고 싶었을 때가 있나? 특히 노력을 했는데 결과가 없다고 느꼈을 때?

당연히 있었지. 그렇지만 마지막에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거다. 이 일을 좋아하는지, 연기를 좋아하는지. 만약 좋다고 말하면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쭉 가는 거다. 연기는 삶에 있어 기본적으로 필요한 거고, 상은 당첨 같은 거니 괜히 많이 생각할 필요 없다. 자신이 열중하는 일을 하면 그만이다. 내 생각은 그렇다.


배우들은 모두 자신의 슬럼프를 겪는다. 당신에겐 언제였나? 뭐가 당신을 계속 연기하게 만들었나?

맞다, 누구나 겪는다. 사실 내가 상을 탄 후에 내가 억울하다고 느낀 사람이 많았다, 몇 년을 쏟아부었다고. 내가 말한 게 아니라, 그저 관객과 매스컴이 ‘장가휘는 계속 상을 타고 싶었는데 계속 기회가 없어서 무척 힘들었다’고 느꼈을 뿐이다. 내가 보기에 누구에게나 난관은 있다! 삶에서 누구나 난관에 봉착하는 거랑 똑같다. 장가휘가 억울하면 다른 사람들은 안 억울한가?

생각을 많이 할 필요가 없다. 본분을 다하면 그만이다. 뭐 당연히 지금이야되니 이 말을 하기가 좀 쉬워진거고.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말아.”라고 친구들은 당신에게 말하고, 당신 역시 자신에게 말한다. 그렇지만 실제로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다. 


매스컴이나 영화팬의 평가에 늘 관심을 가지나?

대륙쪽에는 관심을 가진다. 왜냐면 홍콩의 잡지는 너무 상식 밖이다. 그들이 말하는 대부분은 당신과 이야기한 적 없는 것들이다. 게다가 매몰찬 문장으로 견디기 어렵게 만들어 변명하고 싶지 않아진다. 홍콩에서 이렇게 오래 살면서 오락잡지를 사본 적이 없다. 오히려 대륙쪽 언론이나 영화팬의 의견은 주의해서 본다.



요 몇 년 두기봉의 영화에 계속 출연했다. 두기봉은 함께 하기에 좋은 감독은 아니다. 허다한 배우들이 그에게 욕을 먹는다. 당신도 두기봉에게 욕 먹을까 두렵나?

두기봉은 당연히 아무렇게나 욕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가령 당신이 진짜 틀린 말을 했다면 두기봉이 욕해도 된다. 또 두기봉이 틀린 말을 하면 나도 가서 욕해주면 그만이다. 감독과 배우가 함께 하는데는 뭐랄까, 아마 인연인 것 같다. 내 느낌에 난 두기봉과 일에서 암묵적으로 일치한다. 그래서 욕 한다는 경우도 난 진짜 본 적이 드물다. 스텝이 실수했을 때 몇 마디 욕을 하긴 하는데, 배우에 대해서는 특별히 소통하고 이해하려고 한다. 우리의 내면에서 연기를 끌어내야 하니까.


두기봉과의 작업에 만족하나?

당연히 만족하지! 내가 연기한 것만이 아니라 두기봉의 영화는 매번 다 봤다. 두기봉은 내가 가장 숭배하는 홍콩의 감독이다. 그야말로 두기봉은 사람이 아니라 신이다. 그의 사유는 정말 대단하고 그의 경험과 절묘하게 결합된다. 그는 현장에서 우리에게 별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하려는 것들이 우리와 결합된다. 이게 바로 암묵적인 일치다. 아마 이런 점이 다른 배우와의 합작에 곤란한 점이 될 수는 있겠지.


그렇지만 두기봉과의 작품으로 상을 타기는 어렵다. 가령 <흑사회2>에서 당신의 연기는 정말 대단했다. 많은 사람들이 두기봉의 영화에 너무 뛰어난 남자 배우들이 한데 출연하다 보니 각 배우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도 두드러지기 어렵다고 느낀다. 당신은 어떻게 보나?

하하하, 아니다, 상을 탄다는 문제는 무척 복잡한 건다. 당신은 상을 탄다는 게, 어떤 장면이나 아니면 어떤 특출난 캐릭터가 영화 전체를 혼자서 끌어나가야 한다고 보나? 당신의 능력을 발휘할 공간이 무진장 크다는 게 당신이 상을 탈 수 있다는 걸 증명한다고 보나? 나는 <흑사회2>에서의 연기에 무척 만족한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신 연기 인생에 가장 영향을 미친 감독은 누구인가?

두기봉과 임초현. 그들의 영화는 무진장 높은 소양이 있다. 그들과의 교류는 연기에 있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사상 쪽에서도 엄청 좋다.


왕정은? 

왕정도 영향을 미쳤지. 예전에 왕정과 작업한 작품은 엽기적이었지. 그렇지만 그 시기는 나에게 경험을 쌓을 기회였다. 난 계속해서 내 연기 방식을 시도해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몇 년이 지나 나더러 다시 그런 엽기적인 배역을 하라면 아마 안할 것 같다.


당신이 시나리오를 고르는 기준은 뭔가? 많은 영화팬들은 당신이 조잡한 영화도 많이 찍었다고 말한다.

내 연기는 다른 시도 속에서 단련되어 왔다고 본다. 내가 능력을 발휘할 여지가 있고 재미가 있기만 하면 찍는다. 내가 조잡한 영화를 많이 찍었다는 걸 인정한다. 그러나 내가 연기한 캐릭터가 조잡하지 않다는 건 보증한다. 좋은 시나리오가 있고 훌륭한 감독이 있다면 누가 거절하겠나? 그렇지만 상을 타는 기회가 있던 것도 아니고, 기회가 당신 손 안에 있는 것도 아닌데, 조잡하다고 해서 안 찍을 건가? 당신이 돈을 벌 수 있다는 점 외에도, 그런 영화는 당신 자신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렇다면 당신 자신의 주관으로 그 시기에 시험해보고 시전해보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