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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번역] 관금붕 인터뷰 - 나의 이름표는 사람을 찍는다는 거다

좋아하는 감독의 신작 소식을 듣는 건 기쁜 일이죠. 자주 방문하는 싸이트에서 우연찮게 인터뷰를 발견했을 때는 더 기쁜 거고요. <먀오먀오>의 크레딧에서 제작 부분에서 이름을 발견하고 참 좋았는데 신작 소식 들으니 참 기대되네요.

이 글은 8월 6일 외탄화보에 올라온 관금붕 인터뷰를 부분 번역한 글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단순 감상을 목적으로 거칠게 해석됐으며 문제 발생시 언제든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관금붕은 현재 상해에서 신작 <용심도(用心跳)>를 촬영 중이다. 그는 4년전 <장한가>가 실패였음을 인정한다. 상해음악학원과 상해희극학원 학생들을 주연으로 캐스팅 해 찍는 용심도는 완전히 새로운 변혁을 의미하고 있다. 영화의 상업적 요소는 더 많아졌고 더 젊어지고 더 활력이 넘친다. 주연은 18명의 재학생들이며, 유가령 호군 황뢰 이빙빙 등의 스타가 우정출연한다.

관금붕은 19살에 TVB 예인훈련반을 시작으로, 22살에는 우인태, 허안화, 담가명, 엄호, 양보지, 구정평 등의 영화에서 조연출을 맡았다. 28살에 자신의 처녀작인 <여인심>을 찍으면서 주목받았다. 이때부터 인성에 대한 관심과 성숙한 인생관과 가치관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31세에 만든 <연지구>로 그해 홍콩 금상장과 대만 금마장에서 수상한다. 34살 때는 <완령옥>으로 장만옥에게 베를린 영화제 여우 주연상을 안겨주기에 이른다. 그는 자신의 영화 속에서 줄곧 하나의 신앙을 견지하고 있다. "영화는 반드시 하고자 하는 말을 해야한다."

올해 42살의 관금붕은 다시 상해로 돌아가 과거의 자신을 전복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관금붕은 기자에게 "인생의 다양한 단계에서 반드시 다양한 방법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용심도>의 시나리오 작가는 위소은이다. 과거 <란위>의 시나리오를 썼고 작년에는 관금붕과 합작으로 뮤지컬 <장하>를 썼다. 관금붕의 다음 영화는 뮤지컬인 곽부성 주연의 <천생유혹>이다.





듣자니 이 영화를 찍으면서 특별히 운동화를 샀다던데. 운동화가 색다른 느낌을 주던가?

지금 신은 게 그 운동화다. (이런 행동을 할) 생각을 불어넣어준 건 양덕창이다. 양덕창은 젊은이에 대한 영화를 많이 찍었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마장>, <하나 그리고 둘>까지. 그는 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늘 흰 운동화를 신었다. 양덕창은 나보다 훨씬 어른이지만 난 그의 이런 모습이 너무 활기넘치게 느껴졌다.

당신의 이전 영화는 어른세계의 성숙한 인물과 사건을 파고 들어가는 작품들이었다. <용심도> 같은 청춘물을 찍는 건 갑자기 젊어지고 싶어서인가?
젊었을 때야 어른인 척 하고 싶었지(웃음). 장만옥이 <완령옥>을 찍을 당시 내게 질문한 적이 있다. "감독님은 주변에 감독님을 사랑하는 사람과 감독님이 사랑하는 사람이 중요한가요, 아니면 영화가 더 중요한가요?" 당시 나는 "영화가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만약 지금 그 질문에 다시 대답한다면 답변은 분명 다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변한다. 내가 젊었을 때 찍은 작품들은 굉장히 성숙한 것처럼 보이고, 나 역시 관객들에게 성숙한 가치관과 애정관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내가 처녀작을 찍었을 당시 난 겨우 28살이었다. <연지구> 때도 30살에 불과했다. 당시 난 영화는 꼭 하고자 하는 말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용심도>에서는 다르다. 감독이 되려면 이전과 다른 풍격을 시도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붙여준 꼬리표는 남의 일일 뿐이다. 남이 관금붕 영화가 어쩌고 하는 건 중요치 않다. 관건은 내 자신에게 있다. 나는 여인물을 찍었고 남자 동성애 영화도 찍었다. 남이 뭐라고 이름 붙이던 난 그저 영화를 만들 뿐이다.




만약 당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면 자신에게 어떤 이름표를 붙이고 싶나?

인물(人物) 영화. 소설 각색 각본이던 창작 각본이던, 나는 늘 인물을 정한 후에 영화의 유형을 정하고 그 다음에 문예물을 찍을 지 코미디로 완성할지 결정한다. 내가 가장 매력을 느끼는 건 인물이다. 인물은 날 움직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충돌이 일으키는 이야기가 바로 나의 영화다. 인물은 영화의 기초를 결정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내가 나 자신에게 정의를 내린다면 나의 창작 풍격을 해석하는 건 항상 '인물위주'라고 생각한다.




예전 영화에서 인물은 주로 한 두 명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용심도>에는 일군의 댄서들이다.

이 영화에는 총 18명의 동급생이 나온다. 18명의 캐릭터 속에도 주연과 조연의 구분이 있다. 나는 렌즈를 통해 관객 스스로 누가 주연이고 누가 조연인지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18명은 작년 연출한 <장하>에서 알게된 사람들인데 현재까지 1년을 알아왔다. 그들은 주로 나와 함께 밥을 먹고 수다 떨고 영화를 찍는다. 나와 맘에 맞고 친밀한 사람도 있다. 또 소원한 사람도 있고. 시나리오는 이런 친밀과 소원의 구분에서부터 배역의 경중을 어떻게 배분하고 촬영시 내 카메라가 어떻게 그들과 함께하는데 영향을 끼치는 지 묘사하고 있다.


소문에는 유진위의 <정전대성>, <서유기> 같은 영화가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말이 있다. (시간 여행 요소를 가리키는 듯)

<연지구>에서 이런 시간 요소를 사용한 적이 있다. <연지구>에서는 30년대 인물이 80년대에 등장해 발생하는 사건을 다루고 있고 <완령옥>도 이런 범주에 들어간다. 형식 면에서 <완령옥>은 기록영화와 극영화의 결합체라 특별한 영화 형식이긴 하지만. 시간 요소는 내가 흥미를 느끼는 주제 중 하나다. 내 이전 영화에서 더 많이 체현된 부분은 죽음이란 주제다.




홍콩에는 '칠소복'이란 유명한 집단(집단이란 표현이 참 그런데 마땅한 단어가 안떠오르네요.)이 있다. <용심도>은 '육소복'은 그걸 답습한 건가?

우리가 발견한 아이들은 음악과 출신이다. 노래도 하고 춤도 춘다. 나는 영화의 다원화를 추구하고 이건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영화는 그저 뮤지컬의 범주에 국한되지 않는다. 무술과 잡기도 들어간다. 배역을 나눈 후에야 이들이 홍콩의 '칠소복'과 비슷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다.



영화에 특수효과도 많이 등장하나?

있지. 그러나 <트랜스포머> 같은 건 아니고. 대부분은 무술에서 출발한다.




당신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특수효과다. 신선감을 느끼나? 시장의 요구에 적응하기 위해서인가?

인간은 (인생의) 이전과 다른 단계에서 변화해야 하고 새로운 걸 시도해야 한다. 솔직히 지금 <완령옥>이나 <레드 로즈 화이트 로즈>를 다시 찍는다면 분명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나는 시장에 부합하기 위해 변화를 추구했고 이걸 타협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내 자신이 영화를 찍는 사고를 조정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용심도>에는 무술과 뮤지컬 등의 요소가 있다. 과거에 내가 찍었던 비교적 엄숙한 영화와는 다르다. 그러나 나는 감독이 영화의 영혼이라고 믿는다. 영화 속에서 어떤 요소가 첨가되고 삭제됬는지 영화 언어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간에, 관객은 내 영화를 볼 때 나 관금붕의 흔적을 보게 된다. 감독 자신의 사고와 풍격을 판별해낸다. 감독이 어떤 인간인지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를.



당신의 변화는 언제 시작된건가? 2005년 상해에서 찍은 <장한가>는 여전히 당신의 일관된 풍격을 계승하고 있다.

<장한가> 역시 투자자 쪽에서 나를 찾아온 작품이다. 변화는 차례차례 진행됐다. 1996년 <남생여상(男生女相)>을 찍고 <유쾌락유타락; hold you tight(愈快乐愈堕落)>을 찍고 <란위>가 있다. 돌이켜보면 나는 작품과 서로 영향을 미친다. 사람의 변화는 영화의 변화를 야기한다. 영화의 변화 역시 사람의 변화에 영향을 끼치고.


두가풍은 자신의 풍격이 강한 촬영감독이다. 당신 역시 개성이 분명하다. 이렇게 강렬한 당신들은 함께 일한다.

우리가 처음 작업한 건 15년 전인데 <레드 로즈 화이트 로즈> 때였다. 이번 작업은 예전보다 융합이 더 잘됐다. 소통도 원활했고. 두가풍은 요 몇 년 외국 감독과 작업하면서 눈빛은 날카롭고 15년 전보다 더 매서워졌다. 우리 사이에 누가 보다 더 강렬한가의 문제는 존제하지 않는다. 지금 완성된 촬영분을 보면 훌륭하다. 우리 둘 공동 작업의 결과물이 가진 완성도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일 거라고 믿는다.


<용심도>는 이야기 구조 상 <해각칠호>와 비슷한 점이 있다.

(웃음) <해각칠호>는 최근에 봤다. <용심도>의 구상은 이미 끝나 있었다.


최근 진가신의 <퍼헵스 러브> 같은 뮤지컬 영화가 국내에서 적지 않게 만들어졌다. 당신은 이런 작품을 어떻게 보나.

<용심도>는 뮤지컬에 국한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뮤지컬이 아니다. 내가 뮤지컬이라 여기는 건 <비는 사랑을 타고> 같은 작품이다.  <퍼헵스 러브> 도 내가 정의하는 뮤지컬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차기작인 곽부성 주연의 <천왕유혹>이야 말로 진짜 뮤지컬이다.



많은 감독들은 당신 나이가 되면 변화를 두려워한다. 성숙한 가치관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당신은 어떻게 자신을 극복하고 변화한 건가?

지금까지 10여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앞으로 10, 15년 내에 5편을 더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새로운 걸 시도해서 성공하는 게 당연히 제일 좋다.만약 성공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분명한 성공작이란 없으니까. 나는 (용심도의) 학생들과의 인연으로 함께 작업했고 촬영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 OK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