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 임달화, 구숙정, 오가려, 관원단, 요위, 노혜광
철남은 강력반 형사입니다. 그는 최근 남자들만 골라서 잔인하게 살인당하는 사건을 조사하게 되지만,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미칠 지경.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키티를 보게 됩니다. 키티는 최근 재혼한 아버지와 같이 살고 있지만, 재혼한 새어머니는 다른 남자와 바람을 펴고 있었고, 그걸 보게 된 아버지는 살해당합니다. 분개한 키티는 그들을 찾아가 살인을 하게 되고, 인질을 잡고 경찰과 대치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인질이 바로 남자살인사건의 범인이었고, 그녀와 도망간 키티는 새로운 삶을 살 수밖에 없게 됩니다.
예전에 구숙정이라는 배우가 있었습니다. 한때 그녀를 빼놓고는 홍콩영화를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여러 영화에서 인상 깊은 미모를 자랑했었던 그녀는, 그러나, 홍콩영화 특유의 속성시스템과 왕정이라는 나름 악명 높은 제작자 겸 감독 아래에 속해있던 덕택에 연기를 기를 시간 보다는 그저 자신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연기만 했죠. 결국 1999년 결혼과 함께 은퇴를 해버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이들의 기억에서 지워져버립니다.
이 영화는 왕정이 자주 제작자로서는 이름을 올리지만, 본인이 직접 찍지는 않는, 여배우들의 이미지를 활용해서 만드는 영화의 시작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뭐 완성도를 떠나서 이런 영화야 기본재미만 있고, 잘만 관객을 흥미롭게 한다면 성공했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영화는 구숙정이라는 배우의 존재만으로 그런 측면에서는 나름 흥미를 가지게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제작자 왕정이나 여배우 구숙정이 아니라 감독 곽요량에게 나옵니다.
그는 장면을 흥미를 가지게 만드는 데는 능력이 있지만, 그 흥미를 지속시키고 재미를 주는 데까지는 관객을 이끌지 못합니다. 게다가 이 작품의 이야기는 이런 흥미요소만 있는 게 아니라 나름 머리를 쓰려는 스릴러의 구조도 약간 차용합니다. 하지만 곽요량 본인이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는 거의 깡통에 가까운 연출력을 가지고 있기에, 제법 재미있을 법했던 이야기는 그저 앞으로 나가는 것만으로도 허덕댑니다.
이 영화의 진정한 끔찍한 점은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노력한다는 겁니다. 일단 앞에 언급된 구숙정의 이미지와, 스릴러라는 장르의 차용, 그리고 드라마의 진행방식, 게다가 간간히 웃기려고 하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90년대의 왕정이라면 이것들을 어느 정도 더했다 뺐다하면서 재미를 유지하겠지만, 곽요량은 그 실력이 없는 감독이고, 그렇기에 구숙정의 매력을 살릴 수 있는 장면조차 그것을 약간 삐끗해버리는 그런 실수를 저지릅니다.





적나연작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긴 하지만, 그 의의를 빼고 나면 사실상 이 영화를 좋게 봐주긴 힘듭니다. 좀 많이 씁쓸한 시발점이라서 더더욱 그렇고요.
1. 이 작품의 공식적인 속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그 다음해에 유위강을 감독으로 한 1편을 시작으로 한 이른 바 ‘강간’ 혹은 ‘고양’작품들이고(정식시리즈 5편, 외전 1편), 다른 하나는 2001년에 이 작품의 설정을 가지고 정소동이 깔끔하게 뽑아낸 [적나특공]과 그 뒤로 이어지는 [마귀천사]의 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양작품의 외전 하나를 제외하면 다 왕정이 제작했습니다...
2. 국내 출시제목은 카멜레온이고, 엄청난 분량의 삭제로 악명 높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영화가 제대로 공개된 나라도 드물고요.(미국판조차 10분이상의 삭제를 했다고 합니다.)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푸른 이끼 (靑苔; The Moss, 2008) (1) | 2008.09.10 |
---|---|
프로텍터 - 威龍猛探: The Protector, 1985 (12) | 2008.09.08 |
코마 (救命; Koma, 2004) (6) | 2008.09.07 |
암화 (暗花; The Longest Nite, 1998) (12) | 2008.09.06 |
성전강호 - Curry And Pepper, 1990 (12) | 2008.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