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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번역] 반환 이후의 홍콩영화 BEST 10 (2)

이 글은 <전영세계>라는 잡지 블로그에 실린,  [홍콩인의 눈에 비친 97 이후의 명작 10편]이란 제목의 글을 부분 번역한 것입니다. 필자는 stanley(史丹利五)이며, 2007년 7월 4일에 발표됐습니다. 97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1997년을 가리키며, 2007년 10주년을 맞아 쓰여진 글로 판단됩니다. 이 글의 영화 소개 순서는 영화가 발표된 순서입니다. 앞의 5편이 궁금하시면 이 곳을 눌러주세요.

6) 쿵푸 허슬(功夫; 2004)

감독 : 주성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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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어보면 주성치가 반한 후 정식으로 연출한 작품은 세 편 뿐이다. 《희극지왕》、《소림축구》,《쿵푸 허슬》. 필자가 <쿵푸 허슬>을 뽑은 이유는 이 작품이 흥행 성적이 가장 좋고 그 해 금상장 최우수 작품상을 탔기 때문이 아니다. <쿵푸 허슬>은 주성치가 가장 자신감에 차서 제작한 가장 짜임새 있고 가장 웅대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여래신장(如來神掌)’, ‘육지금마(六指琴魔)’,‘오랑팔괘곤(五郞八卦棍) 등은 모두 홍콩산/광동어판 무협과 쿵푸 유형 영화의 중요 원소이다. 주성치는 새 병에 묵은 술을 담는 것처럼, 홍콩인이 모범을 보였던 홍콩 특산품을 포장하고 최신 과학기술을 더해 전세계 유행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길바닥의 뜨내기에서 무술 대가가 되고, 루니툰 식 홍콩 코미디에서 현재의 ’쿵푸 + 특수효과 + 코미디‘로 국제적인 작품이 된 것이다. 영화 속이나 영화 밖에서나, 주성치는 홍콩인의 임기응변과 영원히 정체되지 않은 면, 나아가 강대한 투쟁 정신을 세계에 보여줬다.

<쿵푸 허슬>의 성공은 변화한 주성치의 성공을 정식으로 선포한 것이다. 주성치는 더 이상 홍콩의 짐 캐리가 아니고, 스티븐 초우 역시 스필버그가 아니다. 심지어 자신의 우상인 이소룡도 초월했다. 어쩌면 버스터 키튼 같은 위대한 영화인만이 그와 함께 언급될 수 있을 것이다.


7) 몽콕의 하룻밤; 왕각흑야(旺角黑夜, 2004)
감독 : 이동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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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왕각흑야>와 <문도> 두 편은 풍격이 유사하다. 이야기는 치밀하며 힘이 넘치고 인물은 세심하다. 이동승은 홍콩의 하층 계급, 주변인, 범죄 집단을 비교적 심층적으로 묘사했다. 다른 흑사회 소재 영화와 비교해보면, 이동승의 작품은 더더욱 캐릭터의 인성화란 점에 치중한다. 어두운 사회와 잔혹한 배경을 진력으로 묘사하는 동시에 하층 계급에 대한 공감과 관심을 표현해낸다. 심지어 구로자와 아키라와 오즈 야스지로의 인문주의 정신(필자는 구로자와 아키라의 <천국과 지옥;High and Low>과 <Drunken Angel>이 떠올랐다)까지 담아낸다. 그러나 <왕각흑야>가 <문도>보다 우수한 점은, 홍콩 반환 후 국내 문화의 융합과 충돌이란 의제를 담론하면서 더 심도 깊은 수준을 지니면서 또한 관중에게 더 많이 사고할 공간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동승의 최근작은 모두 홍콩의 ‘좌파’ 애국 영화사인 은도기구(銀都机构; Sil-Metropole Organisation Ltd.)의 지지를 얻었다. 사실 그의 작품 또한 은도 영화사 작품의 ‘문이재도(文以載道)’와 현실비판이란 전통을 이어받았다. 또 이 밖에 강렬한 희극성(戲劇性)을 가미해 관객의 공감을 견인했다. <왕각흑야>에서 <문도>까지, 이동승의 연출은 갈수록 자신감이 넘치고 기법 또한 향상되고 있다. 이동승 역시 아직 해외 영화계에서 높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홍콩의 작가이다.

8) 칠검(七劍, 2005)
감독 : 서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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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의 <와호장룡>에는 수많은 홍콩 영화인들이 참여했으니 홍콩영화인 셈일 수 있다. 그러나 전체를 논한다면, 필자는 여전히 서극의 <칠검>이 더 대표성을 띤다고 믿는다. ‘서극’이란 이름은, ‘귀재(鬼才)’, ‘대감독’과 동의어일 뿐 아니라 오히려 ‘무협종사’란 이름과 연결된다. <촉산>, <황비홍>에서 <소오강호>까지, 서극 본인이 심취한 무협 세계를 점진적으로 건설했고, 그가 항상 말하는 건 ‘강호’였다. 그는 95년 처음으로  <도(刀)>로 자신의 솜씨를 소품으로 펼쳐 보였고, <촉산전>은 특수효과의 실험장이었다. 그리고 <칠검>은 무협의 집대성이다. 이 작품에는 무협세계의 고유한 요소가 분배되어 있다. 또 대규모 전쟁장면과 절정의 고수대결은 서극 심혈의 집합체일 뿐 아니라, 홍콩 영화계의 탁월한 무술감독 - 유가량 사부, 견자단, 웅흔흔, 동위(董■)가 모여 이루어졌다. 홍콩 영화 평론가 서기(舒琪)는 ‘<칠검>은 서극에게 무협 영화의 화어권(話語權: 말할 권리, 즉 여론을 규제할 권력)을 줬다’고 평했다. 필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심지어 앞으로 중국 무협 영화에 있어서도 유일하게 서극만이 진퇴를 결정할 수 있다. [역자 주 : 편의상 계속해서 홍콩이라고 번역했지만, 필자는 본항(本港)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이 홍콩인이라는 걸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문장에 와서 처음으로 ‘홍콩 무협’이 아닌 ‘중국 무협’이라고, ‘중국’이란 단어를 씁니다.]


9) 살파랑 (殺破狼, 2005)
감독 : 엽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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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성을 논하자면, 엽위신과 견자단의 <살파랑>을 최상이라 말할 수는 없다. 제한된 비용으로 <살파랑>의 규모는 한정적이고 각본은 부실하고 인물은 너무 적어 실력을 발휘할 여지가 많지 않다. 그럼에도 필자가 <살파랑>을 선택한 건, 순전히 주인공 견자단 때문이다. 이 무치(武痴)는 <살파랑>으로 홍콩산 권각(拳脚) 영화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시험해볼 뿐 아니라, 태국과 한국으로 거의 넘어간 것 같았던 ‘액션물의 요충지’란 보좌(宝座)를 홍콩으로 되찾아왔다. 영화 속의 수많은 액션 장면은 강렬하고 또 아름답다. 예술과 힘의 완벽한 조합이다. 가령 오경의 도곤(刀棍)과 겨루는 장면, 따꺼 홍금보와 싸우는 장면 등이 그 예다. 그 정채된 수준이 액션 팬으로 하여금 보고 또 보고 보고 또 보게 만든다…….

현재 홍콩 액션영화에 별로 소득이 없다. 유명한 무술 감독과 스타는 이미 헐리웃이나 유럽으로 건너갔다. 견자단은 의연히 홍콩의 촬영장으로 돌아와 홍콩 액션물의 찬란한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소룡의 후임은 견자단 외에 없다.


10) 흑사회 (黑社會, 2005)
감독 : 두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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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흑사회란 소재가 홍콩 영화에서 흔하다고(심지어 주류이기까지) 해도, 두기봉의 <흑사회>는 대담하게 근거리에서 진실한 흑사회 세계를 묘사하고 있다. 이는 매우 드문 일이다. 흑사회의 두목을 선출하는 사건을 주 내용으로, 긴 세월 중국의 정치권력 투쟁 속 불변한 기조와 전통예교에 대항하는 현대사회, 현실 이익의 충돌을 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