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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번역] 반환 이후의 홍콩영화 BEST 10 (1)

이 글은 <전영세계>라는 잡지 블로그에 실린,  [홍콩인의 눈에 비친 97 이후의 명작 10편]이란 제목의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필자는 stanley(史丹利五)이며, 2007년 7월 4일에 발표됐습니다. 97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1997년을 가리키며, 2007년 10주년을 맞아 쓰여진 글로 판단됩니다. 이 글의 영화 소개 순서는 영화가 발표된 순서입니다.


1) 천언만어 (千言万語, 1999)

감독 : 허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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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안화의 전작으로 《투분노해(投奔怒海)》、《객도추한(客途秋恨)》이 있다. 반환 후 허안화는 《천언만어》로 다시 한 번 국가에 대한 울분을 표현한다. 게다가 정성스러운 용기로 그녀와 홍콩인의 명치를 찔러대며 토로한다. 몇 명의 평범한 영웅 이야기를 통해 홍콩 40년의 서민 역사를 회고하면서, 이 고통어린 역사에 대한 홍콩인들의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으면서’도 ‘차마 잊을 수 없는’ 정서를 도출해내고 있는 것이다. 홍콩 정치와 사회의 위대한 서사시라 칭할 만한 이 작품을 보고, 국운(國運)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 역시 阿Ann이 말한 “홍콩 여성 영화 작가”의 첫 번째 지위를 견고히 하는 작품이다.


2) 더 미션; 창화 (槍火, 1999)

감독 : 두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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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기봉과 위가휘의 밀키웨이는 반환 전 몇 년 동안 대담한 시도를 했다. 묵묵히 흑색(필름 느와르) 실험작을 제작해, 반환 전 홍콩인의 히스테릭한 세기말 심리상태(<一个字頭的誕生>가 특히 심하다)를 은밀히 새겨 넣었다. 아쉽게도 흥행성적은 기대와는 한참 차이가 났다. 반환 후 두기봉은 실험을 끝마치고, 주류로 복귀해 1차 총결을 맺는다. 흥행 성적은 거의 무시하고 과감하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의 야쿠자, 무사 영화의 요소로 새로운 ‘현대무협’ 풍격의 <더 미션>을 완성한다. 이전에 결코 볼 수 없었던 ‘정태(靜態)’적인 액션 장면, 패기 넘치는 장면 배치 및 의협심이 넘치는 캐릭터 설치 등, 모두 경전(經典)이라 말할 수 있다. 후에 ‘두기봉 풍격’이 완성되면서 그의 영화가 국제적인 관심을 받는 시작점이 된 작품이다.


3) 화양연화 (花樣年華, 2000)

감독 : 왕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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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는 왕가위의 10년이었다. 아쉽게도 반환 후 이 대 감독은 점차 느린 작업속도로 수작을 내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해피 투게더>에서 3년 후, 왕가위와 미술 감독 장숙평은 다시 우리를 그들이 가장 동경하는 60년대로 데려간다. <화양연화>의 우아함․섬세함․적막감은 <아비정전>과 비교해보면 지나치면 지나쳤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 독특한 경관은 왕가위와 장숙평 개인적인 부분에 속한다. 그들은 머릿속의 기억과 독창적인 미학 기법으로 낭만적인 시공간을 만들어낸다. 포스트 모더니즘 풍격에서 역사를 잊고 순서를 무시한 가장 아름다운 구현인 것이다. 왕가위와 장숙평은 대상․ 색채․신체․부호 등등의 사용(남용?)에 있어 이미 깊이 빠져들었다. 어떤 이는 심지어 연물벽(戀物癖)이라 비꼬기도 한다. <화양연화>의 세계는 비록 이탈되어 있고 어떤 역사적 의미도 없지만 두 사람의 합작에 있어 최고봉의 작품이다.


4) 금계(金鷄, 2002)

감독 : 조량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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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허안화의 <천언만어>가 홍콩 사회의 서사시라면, 조량준의 금계는 8, 90년대 홍콩 황색 산업의 서사시이다. 조량준은 개인의 열성적인 향상을 선양하고 개인의 전진하는 정신을 고취시큰 데 익숙하다. 이 작품에서는 환락장의 기녀 아금(阿金: 오군여)이란 여성의 인생 기복을 통해 오락 사업의 변혁을 정면으로 다루면서 측면에서는 홍콩 20년의 경제적 상승과 몰락을 서술하고 있다. 대변혁의 시대에서 소시민까지, 역사상의 위인에서 풀뿌리 민중까지, 이 영화에 있는 웃음과 눈물, 잊기 어려우면서 또 잊혀진 것들, 모든 것들이 홍콩인의 집단 기억이다. 그러나 시대라는 거대한 수레바퀴 아래에서도 굳세게 살아남은 아금은 홍콩인의 ‘때려도 죽지 않는’ 투쟁정신을 표현해내고 있다. 2002년 부진에 빠진 홍콩에, 아금의 이야기는 홍콩인의 사기를 격려했고 우리를 밑바닥에서 발버둥치게 만들었다.


5) 무간도 2 (无間道2, 2003)

감독:유위강, 맥조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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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1편이 아닌 무간도 2편을 선택한 건 개인적 취향 때문이 아니다. 흥행성적이나 영향 면에서 1편의 성취가 더 높다. 그러나 스토리, 인물, 영화속에서 표현되는 주제는 2편의 수준이 월등히 높다. 유위강과 맥조휘, 장문각이란 철삼각(鐵三角)의 조합은 2중 잠입을 통해 <대부> 식의 암흑가 가족의 애증을 말하고 있다. 치밀하고 복잡하면서 난잡하지 않은 이야기 구조, 캐릭터의 선명한 성격은 적절하게 분배됐다. 더구나 오진우와 황추생, 증지위의 연기는 최고조의 경지이다. 게다가 이야기 외에 시대 배경을 더 삽입했다. 우리로 하여금 반환 전의 ‘가장 좋았으면서 또 가장 나빴던’ 90년대를 떠올리게 만든 것이다. 1편에 비해 2편의 구조는 더 입체적이고 인물은 더 사실감 있고 작가 역시 더 야심만만하다. 비록 <무간도> 속 이야기가 어떤 역사적 의의를 말하지 않아도 영화 그 자체가 가지고 있다. <무간도>는 더 유명한 감독과 스타의 출연으로 헐리웃에서 만들어져 몇 개의 상을 수상했다. 이런 점은 확실히 전무후무한 경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