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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황가구, beyond, 추몽인, 회색궤적......


어느날 반 친구가 "옆 학교에 돌아다니고 있는 인기 최고의 대만 영화"라며 비디오테잎을 가져왔다. 그 친구가 말해준 제목은 <추몽인>이었다. 오토바이가 나오고 긴 칼이 나오고 주인공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주인공을 태우고 오토바이를 몰다가 마지막엔 죽어버린다. 결국 펑펑 울어버렸다. 이상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뚜렷해 지는 장면은 오천련과 함께 있는 장면이 아니라, 유덕화 혼자 화면에 등장했을 때다. 생일날 옥상에 앉아 비욘드의 노래를 배경으로 혼자 캔맥주를 마시는 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장면에 나오던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이 완벽하게 외로움으로 채운 듯한 비욘드의, 지금은 세상에 없는 보컬 황가구의 노래다.


반 애들이 왠만큼 테잎을 돌려봤을 때 영화는 <천장지구>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추몽인>은 대만 개봉시의 제목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나에게 이 영화는 여전히 <추몽인>이고 비욘드의 영화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비욘드의 노래에 가슴이 뛰고 눈물이 나온다. 광동어라는 그들의 모국어를 이렇게 아름답게, 이토록 찬란하게, 이렇게 심장이 터질 것 처럼 노래에 담아낸 가수를 나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작년 황가구 사후 15주년을 맞아 시나에서는 <홍콩음악계, 무엇으로 황가구를 추모할 것인가>란 제목으로 현 홍콩 대중음악계를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어제 비를 피해 잠시 집안으로 들여놓은, 48일 동안 집요하게 달아놨던 조기를, 다시 달았다.

비욘드의 노래를 들으며 저 제목을 곱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