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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극의 실종(심해심인)(深海尋人)(2008)

제작, 감독, 각본 - 서극


출연 - 이심결, 양락시, 장진, 곽효동, 장진악, 양가휘


수족관의 이심결로 시작해서 해안가를 따라 올라가는 오프닝 크래딧은 뭔가 흥미를 자아냅니다.

암시를 유도하는 부분도 있지만...


정신과 의사인 고징(이심결)은 자신의 환자이기도 했던 친구 샤오카이(양락시)로부터 그녀의 오빠 궈동(곽효동)을 소개 받습니다. 그 둘은 사랑을 키워 나가지만, 여행을 갔던 곳에서 궈동이 실종되고, 신원미상의 시체가 발견됩니다. 고징은 그 시체를 장례를 치루지만, 샤오카이는 오빠의 시체를 찾기 위해 움직입니다. 일상으로 돌아온 고징은 귀신을 본다는 사이먼을 치료하는데, 그를 치료하면서 그녀에게도 이상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드라마 진행에 중요하지 않은 부분들이 들어가면서 영화는 늘어집니다.

이 장면만 보면 파쿠르 영화나 무협물 보는 기분이...-_-

[칠검]이후 [칠검하천산]의 제작을 담당하면서 조용히 있던 서극의 새로운 작품인 [심해심인]은 애인을 잃은 한 여인의 심리상태를 드라마와 스릴러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서극은 오랜만에 돌아오면서 상당히 진지한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던 듯합니다. 그러면서 주인공의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 [접변]이후 시도하지 않았던 스릴러와, [지옥무문]이후 처음으로 호러장르를 끌어오는 도전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아쉽게도 그런 도전이 무색할 정도의 실패한 완성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수중촬영의 이미지들. 영화와는 달리 상당히 잘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특수효과는 솔직히 약간 너무하는 수준이...-_-


일단 이 작품은 진행이 너무나도 느립니다. 2시간이라는 긴 시간동안 감독이 이끌어나가야 하는 이야기는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복잡해 보이지만, 생각 외로 쉽게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감독은 이 단순한 이야기조차 질질 끌어당깁니다. 드라마가 재미있게 만들어질 부분이 있지만, 그 부분역시 힘을 가지지 못합니다. 덕택에 빠르게 리듬을 타면서 나갈 수 있던 이야기는 오히려 리듬도 없고 재미도 없어지는 상태로 2시간을 억지로 채우게 됩니다.


 

뭔가 하겠다고 삽입된 이 이미지들은 오히려 도움이 되질 않고 극의 완성도에 저하를 불러올 뿐입니다.

게다가 스릴러와 호러 장르를 끌어당긴 것도 상당한 실패입니다. 분명 의도는 좋고 잘 풀어나갈 수 있는 지점도 많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걸 풀어나가기에는 감독은 힘이 없습니다. 그 장르를 많이 다룬 적도 없고, 점점 갈수록 연출력이 떨어져 나가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는 영상에 있어서는 아직 실력이 있지만, 나머지는 점점 떨어집니다. 덕택에 그가 근 20년 가까이 지나서 시도한 호러장르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됩니다.

 

아직 30분이나 남은 것에 절망하고 싶은 관객의 심정이 이럴 듯...



그저 망연자실...

 

진짜 문제는 스릴러부분인데, 반전이 구사되기까지의 상황 진행이 늘어지면서 형편없이 가는 문제가 큽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반전이 구사되는 부분이 영화의 30분이나 남은 지점이라는 겁니다. 이미 앞부분의 진행이 형편없었고, 더 이상 기대감이 나오지 않는 부분에서 아직 30분이나 남은 상황을 어찌 이끌어 가는가의 걱정이 생깁니다. 게다가 그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감독은 나머지 30분에 대해서 관객에게 이보다 더 안 좋을 수 없는 진행을 보여줘 버립니다.


촬영은 잘 됐지만...이게 영화를 다 구원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 와중에 건질 수 있는 건 촬영과 배우들 정도입니다. 수중촬영파트는 생각보다는 잘 찍혔고, 예쁩니다. 그리고 몇몇 부분의 이미지는 상당히 잘 나온 편입니다. 그리고 배우들도 상당히 잘 했습니다. 이심결은 연출이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가운데에 자력으로 캐릭터를 이끌어나가고 있으며, 양락시도 상당히 중요한 캐릭터를 다양한 모습으로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장진은 특별출연으로 이름을 올렸고, 어찌할 여지가 없는 캐릭터를 맡았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내고 있습니다. 곽효동이나 장진악도 비중은 작지만 잘해내는 편이고, 양가휘 역시 엄청나게 적은 분량의 배역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배우들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문제는 그 여지가 적었다는 거죠.


3년만에 돌아온 서극의 영화치고는 상당히 아쉽고 못 만든 그런 영화입니다. 그는 올해 한편의 영화를 더 만들어서 부산에 가져오려 했으나 실패했었죠. 그 영화가 어떻게 완성됐는지는 모르지만, [심해심인]의 아쉬움 보다는 좀 더 나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1. 중국, 홍콩의 합작입니다.


2. 촬영을 HD나 디지털 매체로 한 거 같은데, 덕택에 일부장면에서는 좀 아쉬워 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필름으로 찍었다면 좀 더 나았을 장면들이 많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