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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번역] 영춘권(咏春拳)과 홍콩 영화 - 2

2009/01/26 - [자료] - [번역] 영춘권(咏春拳)과 홍콩 영화 - 1


이런 이유 때문에 영춘권법은 광범위하게 퍼질 수 없었다. 50년 대 홍콩으로 건너온 엽문이 제자를 양성하면서야 영춘은 흥성하기 시작했고, 오늘날 수련자는 200만명을 넘는다. 엽문 본인은 고등교육(홍콩 성사제반 학원에서 수학함)을 받았고, 젊어서는 불산에서 북파 며인 금산조를 격파했고 일본군 무술 훈련직을 거절했다. 노년에는 홍콩의 수많은 강도를 쓰러뜨린 일로 유명하다. 그러나 행동이 함축적이고 성격이 오만했던 엽문은 생전에 권법 전수에 큰 뜻을 품었지만 말로 표현하는 바는 적었다. 심지어 어떤이는 그를 "오인자제(误人子弟: 남의 자식을 망치다)"라 비꼬거나 "사불교(四不教: 돈이 없으면 배울 수 없기에 가르치지 않는다, 돈이 있어도 더 벌고 싶어서 가르치지 않는다, 총명해도 너무 빨리 배울까 두려워 가르치지 않는다, 멍청해도 제대로 못배울까 가르치지 않는다)"라 비웃기도 했다. 1972년 엽문의 사후에야 문하였던 황순량(黄淳梁), 이소룡, 양정 등 10대 제자의 드높아진 명성으로 엽문에 대한 소문을 씻어낼 수 있었다.


생전에 조용했던 엽문 일대종사는 이소룡과의 인연으로 알려졌다. 영화와 텔레비젼에서 늘 푸대접을 받던 영춘권도 최근에야 새로운 면모를 드러냈다. 먼저 TVB에서 드라마 <불산 찬사부(佛山赞师傅)>에 중년의 원표를 양찬으로 캐스팅했다. 이 후 환후(寰宇)에서 투자한 티비 드라마 <영춘>에서 다시 원표가 노년의 양찬을, 홍금보는 황화보를, 사정봉은 양찬의 제자 양벽(엽문의 사부)을 연기했다.  그리고 최근에 견자단이 주연한 <엽문>이 공개됐다.




견자단은 엽문, 영춘과 인연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15년 전 견자단이 주연한 드라마 <홍희관>에서 그는 엄영춘을 처로 맞는 역할을 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견자단은 다시 사부 원화평을 보조해 액션 지도한 영화 <영춘>에서 영춘의 진정한 고수 양박주(梁博俦)를 연기했다. 그러나 견자단은 이 작품들에 만족하지 못했다. 양자경의 들러리가 되기 싫었던 게 아니라, 원화평이 이전에 설계한 <황비홍>과 <엽문>은 결국엔 영춘의 외형만 뽑아 북파 쿵푸를 다루는 표리부동이었기 때문이다.



10년 전 유진위와 절친한 친구 원규, 여대위는 함께 영예창고(影艺创库)를 설립, 촬영 계획을 쏟아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엽문>이다. 견자단의 출연을 요청하며 심지어 계약금까지 지불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영예창고의 창업이 어려워지면서 <엽문>의 촬영도 기약이 없었다. 견자단과 유진위의 인연은 <흑장미 의결금란(黑玫瑰义结金兰)>에 임시출연한 것 뿐이다. 비록 유진위가 <엽문>을 완성하지 못했지만 친구 왕가위가 그 뜻을 이어받았다. 10년 동안 엽문 역을 계속 준비한 양조위의 <엽문> 시나리오는 당시 유진위와 왕가위의 공동 산물이었다. 상황은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만든 <아비정전>과 엇비슷하다. 유진위가 시나리오를 썼지만 결국 왕가위는 그걸 사용하지 않았다. 아깝다고 느낀 그는 자신의 이름을 유우명으로 고쳐 <천장지구>를 연출했다. 유진위가 이번에 <엽문>의 다른 판본을 찍을 기회는 없는 걸까?


10년 후 견자단은 <엽문>을 연기할 기회를 잡는다. 그러나 제작연기의 문제가 그를 지루하게 만들었다. 견자단은 당시 유진위가 자신을 찾아와 엽문을 맡아달라고 하자 수많은 기자들에게 칭찬을 들었다고 한다. (왕가위와 유진위는 최강의 콤비 아닌가?) 황백명이 영화 제목을 <일대종사: 엽문>으로 개명하자 왕가위가 기획하던 '엽문'과 같은 이름이 됐다. 이 일은 다행히 잘 해결되어 서로의 감정을 다치는 일은 없었다.

지금 왕가위와 양조위는 계속 준비중이고, 황백명과 견자단의 작품은 공개됐다. 어찌됐던 홍희관, 방세옥, 황비홍, 곽원갑 이후 엽문의 세계가 도래한 것이다.




<엽문>이 <황비홍>의 100편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이건 중요치 않다. 쿵푸물 팬인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오히려 전통적인 쿵푸 영화가 컴퓨터 특수효과를 능가할 수 있냐는 데 있다. 이미 태국의 <옹박>은 홀로 정상적인 궤도에 올랐는데, 당시 앞장선 큰 형이 또 뒤로 처질 수 있을까?  특수효과의 눈부신 영상이 피로 얼룩진 몸이 진짜로 타격하는 충격을 대체할 수 있을까? 사실 우리에겐 한 자리가 있을 뿐……. 

* 첫번째 동영상은 <불산 찬사부> 입니다. 원표도 참 그대로네요. 

** 두번째는 <엽문> 예고편입니다. 엽문의 영문 제목은 Ip man 인데요, 예고편에 보면 견자단이 자신이 "엽문(광동어 발음으로 입만)"이라고 말합니다. 영문 제목은 엽문의 이름을 지칭하고 있습니다.

*** 이런 번역글을 올릴 때, 때로는 참 맘에 들때도 있지만 대부분 제가 느끼는 감정은 쪽팔림입니다. 번역이 아닌 해석이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다 싶기도 하고요. 해석하는 제가 이해를 하면서 우리말이 안되는 거면 차라리 괜찮다 싶은데, 해석하는 제 자신도 무슨 뜻인가 갸우뚱하면서 '그냥 버리긴 아까우니 올리자'는 심정으로 올릴 때도 빈번합니다. 특히 이번 영춘권과 홍콩영화 후편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 자신이 생각해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이해를 제대로 못하면서 한 해석입니다. 어차피 제 개인의 취미이고 좋아하는 거니까 란 이유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부여하긴 하지만, '개인의 취미'란 이유를 방패삼아 이런 글을 올리는 게 참 한심하다 싶습니다. 자괴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