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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번역] 임희뢰 인터뷰 - 난 모든 게 의심스러웠다

 * 이 글은  2008년 8월 21일 <외탄화보(外灘畵報)>에 올라온 임희뢰의 인터뷰 부분을 번역한 글입니다. 원문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출처를 클릭해주세요. 단순 감상을 위한 목적으로 번역된 글이며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잡지사에 있습니다. 또한 문제가 발생할 시 언제든지 삭제됩니다.   출처 : 이 곳


글 / 이준,왕기정   


두기봉이 아끼는 여자 주인공, 임희뢰는 2001년 <풀 타임 킬러; 전직살수(全职杀手)>를 시작으로 6편의 밀키웨이 이미지 작품에 출연했다. 신작 <문작; 참새(文雀)>에서는 신비스러운 배역을 연기했다. 올해 6월, 그녀는 두기봉을 떠나 다른 영화사에 가입했다. 임희뢰가 가장 연기하고 싶은 배역은 정신이 이상한 여자 킬러 역할이다.

170cm의 키에 7인치 하이힐을 신은 임희뢰는 구불구불한 골목을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그녀는 자신이 왜 이렇게 뛰는지 모른다. 다음날 발목을 삐어 복사뼈가 부풀어 올랐지만 감독 두기봉은 전혀 상관하지 않고 계속 그녀에게 뛰라고 시켰다.

이렇게 4년이다. 두기봉은 <문작>을 결국 완성했고 올해 8월 20일 대륙에서 상영됐다.

올해 초 베를린 영화제 대극장 안에서 임희뢰는 처음으로 <문작> 전편을 봤다. 그제야 그녀는 원래 분량이 적지 않고 그럭저럭 여성영화 모양새는 갖춘 셈이지만 여전히 왜 이 역할이 뛰어야 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 <문작>은 두기봉이 최장시간 찍은 작품이다. 이전의 두기봉은 작업속도가 빠르기로 유명했다. 

임희뢰는 두기봉에게 이유를 물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나 두기봉에게 이런 질문은 하고 싶었다. 왜 이 배역은 이런가요, 왜 애정씬은 없나요, 두기봉의 대답은 영원히 이와 같다. “자네 뭐 하러 질문이 이렇게 많나?”

“두기봉의 여주인공이 된다는 건 이런 거다, 각본을 보지 못한다. 영화가 나오기 전에는 영원히 자신의 분량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고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8월 임희뢰는 상해에서 기자에게 이와 같이 말했다. 2001년 출연한 <풀 타임 킬러> 이후 임희뢰는 두기봉 사단의 여주인공이 됐다. 지금까지 <암전2>, <매드 디텍티브; 신탐>, <철삼각>, <사념> 등 6편의 밀키웨이 작품에 출연했다. 

홍콩인에게 ‘문작’은 몸이 민첩한 좀도둑을 가리킨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는 다른 뜻이 또 있다. 임희뢰는 “사실 문작 역시 참새다, 영화에서 내가 연기한 배역은 새장에 갇힌 새다, 도망쳐 자유를 찾고 싶지만 세상으로 진짜 나가게 되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다.”


여자의 마음은 해저의 바늘과 같다

<문작>은 경쾌한 음악으로 시작한다. 임달화는 침대 맡에서 음악에 맞춰 옷을 꿰매고 부리가 붉은 참새가 방 안으로 날아 들어온다. “참새가 방으로 들어오는 건 무슨 의미인가?” 임달화는 자신의 부하 세 명에게 묻는다. 순식간에 그들 넷은 신비한 여자에게 유혹당한다. 비록 이를 위해 두들겨 맞아도 동요 없이 그녀를 함께 돕는다. 이 여인이 바로 임희뢰다. 어떤 이는 결국 두기봉의 환심을 얻어 그가 여성영화를 찍게 만들었다며 그녀를 축하했다. 그러나 오직 두기봉 옆에서 몇 년을 일한 임달화 만이 웃으며 “이 여인을 만난 남자들은 한결같이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러나 이 여인은 재미가 하나도 없다. 두 감독은 지금까지 여전히, 여인심(女人心)은 바다 밑 바닥의 바늘이라 꿰뚫어볼 수 없다고 여긴다.”고 말한다.

임희뢰는 기자에게 씁쓸히 웃었다. <문작>을 찍을 때 처음에는 3, 4개월에 끝날 계획이었다. 매번 촬영이 시작될 때 두기봉은 모두에게 전화를 걸어 시간을 앞당긴다. 아침 8, 9시에 다들 식당 안에서 머리를 부딪친다. 감독을 기다리며 식사를 하거나 오늘 뭘 찍을지에 대해 수다를 떤다. 얼마 먹기도 전에 첫 번째 씬이 시작된다. 아니면 몇 씬 찍지도 않았는데 또 점심을 먹는다. “식사는 감독에게 무지무지 중요한 일이다. 두 감독은 잘 먹고 배불리 먹어야 비로소 일할 마음이 생긴다. 때문에 두 감독과 함께하는 한 영원히 도시락을 다 먹을 수 없다. 촬영팀은 마치 바비큐 음식점 같다.” 임희뢰의 말이다.

이런 상황이 몇 달 지속된다면 무척 행복하다. 그러나 임희뢰는 통상 이런 상황에서 며칠 찍으면 끝이었다. 한 번 기다리면 몇 개월, 혹은 반 년, 어쩌면 1년, 언제가 돼야 당신의 핸드폰이 다시 울릴지 알 수 없었다. “이 4년간 문작 때문에 머리를 자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언제나 이 배역에 끊임없이 녹아들어야 했다. 그러고서 다시 빠져나오면 다시 녹아들어야 했다. 이런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심지어 감독이 걱정스럽기도 했다. 언제까지 찍어야 앞뒤가 연결될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심지어 임희뢰는 자신이 연기하는 이 신비스러운 여자가 대륙 사람인지도 몰랐다. 영화에서 클로즈업 된 여권을 본 적이 없었다. 두기봉은 앞서 2년은 임희뢰에게 광동어로 말하게 했다. 뒤의 2년에서는 다시 보통화로 말하게 했다. 그녀는 두기봉의 이런 방법에 대해 “시나리오가 있고 상세한 스케줄 표가 있다. 이건 이미 모든 게 확정됐다는 걸 의미한다. 두 감독의 머릿속에 벌서 어떤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그는 날마다 현장에 와서 찍은 씬을 보고 다른 가능성이 있을지에 대해 결정한다. 그러고서 다시 다음 씬을 어떻게 찍을지 결정한다. 그는 부단히 스스로를 조정한다.”고 해석했다.

임희뢰는 <문작>을 촬영하는 4년 동안 <철삼각>, <매드 디텍티브>, <부자>, <동경심판>을 찍었다. 최장시간 촬영한 영화는 의외로 경쾌하고 명랑해, 정치적 소재에 편중된 베를린 영화제의 기호와 매우 동떨어져 있었다. 어떤 기자는 의심하기도 했다. “이런 영화도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분에 참여할 수 있을까?”


두기봉 영화에서 여성은 중요치 않다

임희뢰는 1975년 대마에서 출생,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경제학 및 비교 문학 학사를 이수했다. 대만으로 돌아와 찍은 광고로 연예계에 입문, 부모형제는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1999년 임희뢰는 홍콩으로 이주한다. 처음 한동안은 일이 순조롭지 못했다. 몇 편의 대담한 영화를 찍었지만 은퇴하고픈 마음이 싹텄다.


“연예인이 되는 걸 포기하고 싶었다. 수많은 일에 의심을 품었다, 마치 영화 속의 그 문작처럼.”임희뢰가 기자에게 말한 시간은 그녀가 막 홍콩에 왔을 때였다. 그 시기 그녀는 곤경에 빠졌고 일은 순조롭지 못했다. 어떤 친구도 없었고 광동어를 못했기에 하루 종일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었다.

두기봉을 알고 난 후 임희뢰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시작해 “지금은 갈수록 즐겁다.” 임희뢰는 2001년 두기봉과의 첫 대면에서 인상이 좋지 않았던 걸 기억한다. “두기봉이 너무 무서웠다. 우리는 세 번 만났는데 그는 언제나 무뚝뚝한 얼굴이었다.”그녀가 <풀 타임 킬러>를 찍은 첫 보름 동안, 일부러 두기봉과 거리를 유지하며 앉아있었다. 그가 화가 나면 큰 소리로 욕하는 게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녀는 유청운, 임달화, 임성 등처럼 밀키웨이가 아끼는 배우이고 빠르게 두기봉의 그런 작업 스타일에 동화됐다. 임희뢰는 오랫동안 남성 영화의 꽃병 같은 배우란 별명을 달고 다녔다. 그녀도 동의한다, “두 감독은 형제의 의리를 좋아한다, 그의 영화에서 여자는 절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도구일 뿐이다.”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임설은 해외 기자의 취재에 응할 때 이런 말을 했다. “난 정말이지 죽고 못사는 애정물을 찍고 싶다, 여주인공은 반드시 임희뢰가 해야 한다.”사람들이 모두 즐거워했다. 이때 임설이 진짜로 두기봉에게 부탁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 걸 찍어서 뭐하게?” 

임희뢰는 기자에게 감독과 함께 하는 결코 상 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모든 배우들은 두기봉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 한다. 왜냐하면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는 건 다른 감독에게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돈은 적고, 시간은 또 길고, 게다가 뭘 하는지 모르고, 계속 욕까지 먹어야 하는.” 임희뢰를 머물 게 할 수 있었던 건 “두기봉은 어떤 면으로 모두가 탄복하고 좋아하게 만든다. 가령 작업에 대한 그의 요구와 집착, 무한한 열정. 당연히 이런 점 외에도 그는 스탭에게 세심하고 친하다. 꼭 덩치 큰 남자아이 같다. 모두 그와 함께 일하길 원한다.”


올해 6월 임희뢰는 주인과의 결별을 공식적으로 선포한 뒤, 양자경과 장가진(테렌스 창)이 설립한 새 소속사에 가입했다. 그녀는 앞으로도 계속 두기봉과 작업하길 바란다고 웃으며 말했다. 또 특히 찍고 싶은 건 <양들의 침묵> 같은 작품이라고 한다. 정신이상의 여자 킬러를 연기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현재 여성을 다룬 시나리오는 너무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