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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번역] 주성치 <장강7호> 인터뷰 - 위대한 로맨스를 만들고 싶다

* 이 글은  2008년 1월 24일 <외탄화보(外灘畵報)>에 올라온 주성치의 인터뷰 부분을 번역한 글입니다. 원문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출처를 클릭해주세요. 단순 감상을 위한 목적으로 번역된 글이며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잡지사에 있습니다. 또한 문제가 발생할 시 언제든지 삭제됩니다.  []안 내용은 역자주 입니다.  출처 : 이 곳


외탄 :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모두 잘 알고 있다. 아이와 동물을 찍는 게 제일 어렵고 가장 골치 아픈 일이라는 걸. 당신이 감독한 <장강 7호>에는 이 두 가지가 다 있다. 아이와 동물과의 교류에 소질이 있다고 느꼈던 건가? 촬영 과정에서 그들을 지도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질문자가 말하는 동물은 '동물처럼 보이는 가상의 존재인 장강 7호'를 가리키는 듯 합니다.]
주성치 : 그들은 모두 천재다. 이전에는 아이를 찍는 데 시간의 영향이 클 거란 예상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연기가 내 상상보다 훨씬 뛰어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어린아이와 연기하는 건 무척 재밌다. 그들은 감정 면에서 당신을 몹시 돕고 싶어 하고 또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기도 한다. 가령 그들은 피곤해도 나에게 “참을 수 있어요”라고 말하지만 당신이 고개를 돌려보면 벌써 잠들어버린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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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탄 : 당신은 UFO를 두 번 목격했다고 했다. 대다수 사람들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당신 머릿속의 UFO가 상징하는 건 뭔가?

주성치 : UFO는 외계인의 교통수단이다. 창작이란 사실 생활 속에서 체현되는 것이다. 난 늘 어린 시절의 감수성을 영화에 집어넣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영화관 속에 집어넣고 싶었다. 현재 자금이나 기술면에서 비교적 풍요롭기에, 나 자신 어린 시절의 꿈이 극장에서 출현하는 게 가능하리라 여겨졌다.


외탄 : <장강7호> 국제 예고편에는 <ET>을 패러디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 영화 속에는 <미지와의 조우> 같은 클래식 영화를 모방한 장면도 있다. 이런 점은 스필버그라는 대가에 대한 모방인가 아니면 전복성을 지닌 패러디인가?

주성치 : 내가 스필버그의 <ET>을 본 건 TVB 훈련반에 있을 때였다. 그때 받은 감동과 충격 - SF를 이렇게 찍을 수 있구나! - 을 기억하고 있다. 그때 그런 SF를 찍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스필버그 덕에 감독이 되겠다는 뜻을 세울 수 있었다.

외탄 : 당신은 털 없는 개 모양의 외계인을 창조했다. 당신의 영화에는 줄곧 개 형상이 출현한다. 생활에서도 특히 개를 좋아하는 것 같고. 개라는 동물이 충성스럽기 때문인가 아니면 당신이 고독해서인가?

주성치 : 난 개를 진짜 좋아한다. 개는 정말 충성스럽다. <장강7호>에 나타난 외계인 형상은 나도 직접 참여해 설계한 거다. 내가 생전 처음으로 내 돈을 내고 산 개 BUBU와 지금 기르는 Chocolate를 기념하고 있다.

외탄 : 아들 역에 여자아이인 서교를 캐스팅했다. 왜 진짜 남자아이를 찾지 않았나? 학교 장면에서는 모든 남녀 학생이 역할이 바뀌어 나온다. 의도가 뭔가?

주성치 : 이전에 만났던 남자 아이들 전부 부합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서교를 만났을 때 남자아이 보다 더 남자아이처럼 연기할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또 서교가 가진 독특한 기질은 영화 속의 샤오디와 진짜 똑같아서 캐스팅했다. 영화 속의 모든 배우는 내가 찾고자 했던 사람들이다. 비록 각본에서는 남학생이지만 어린 아이들이다. 그래서 차이는 크지 않다.
[아들 샤오디 역의 서교는 실제로는 여자아이입니다. 자세한 소식은 챈들러님 블로그를 클릭]

외탄 : 이번 작품에서 진짜 주인공은 외계인과 어린 소교이고 당신의 역할은 크지 않다. <장강7호>에서는 감독이란 신분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무엇이 당신의 흥미를 감독으로 머물게 했나? 배우보다 감독에 더 흥미가 있어서인가?

주성치 : 감독과 배우란 작업이 때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감독을 제대로 하면 영화를 더 잘 만들 수 있다. 당연히 여전히 연기자 쪽도 좋아한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과 다르다. 예전에는 배우만 했고 연기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지금은 감독도 하니까 상대적으로 업무가 배우만 할 때보다 더 복잡하다. 나만 해도 감독 외의 기타 배역을 제대로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외탄 : <장강7호> 이야기는 당신의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나온 부분이 무척 많다. 어린 시절 당신도 이런 UFO를 상상하고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신 개인적으로 어릴 때 기억의 음영이 더 큰가, 아니면 현재의 창작 자원의 성분이 더 많나?

주성치 : 어릴 때부터 천마행공 하는 걸 진짜 좋아했다. 그때 상상했던 것들이 유쾌했는지 아니었는지에 상관없이, 모두 나중에 창작의 영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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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탄 : 요 몇 년 사람들은 주성치가 면했다고 느낀다. 루니툰 식 웃음은 적어졌고 이번 신작은 더 멀리 나가 SF와 가정의 정이 배가되었다. 이렇게 변한 이유가 있나?

주성치 : 예전에는 이렇게 정이 넘치는 영화를 찍을 생각이 없었다. 때려죽이는 것도 찍었고 미치광이 류의 작품도 많았다. 그때는 대륙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한 때라 수많은 영화의 소재가 어떤 유형에 편중돼 있었다. 그러나 대륙 영화가 발전하면서 <장강7호> 같은 따뜻한 영화도 포함해서 백화제방의 상황이 됐다. 세계에서 흥행이 제일 잘되는 영화는 대부분 정이 넘치는 영화거나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다. 그러나 화인(華人) 사회에서 비교적 적은 감독들만 이를 시도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더 시도하고 싶었다. 오히려 남들이 많이 찍는 소재는 관심이 없다.


외탄 : <쿵푸 허슬>이 등장했을 때 모두 당신의 액션 연출 능력에 감탄했다. 지금도 액션 영화는 국제적으로나 대륙에서 인기 있는 분야다. 왜 액션물을 능동적으로 포기한 건가?

주성치 : 이전에는 포기란 없었고,  <장강7호>를 선택한 이유는 이런 유형의 영화가 적었기 때문이다.


외탄 : 임자총은 감독으로서의 당신이 갈수록 순해지고 성깔을 덜 부린다고 여긴다. 이전에는 현장에서 매우 엄격하고 화를 많이 낸 건 감독이란 압박이 너무 크기 때문이었나?

주성치 : 감독직을 막 시작했을 때는 압박이 너무 컸다. 지금까지 몇 편을 감독하자 기교도 늘었고 (현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고 느낀다. 또 계속 합작을 했고 이전의 합작 경험으로 묵계가 많았다.


외탄 : 나이가 들면서 현재 45세가 된 자신이 성숙했다고 느끼나? 신작은 당신에게 새로운 시야를 제공한 것 같다. 가정에서 부자의 정을 중시한 것도 그렇고. 무엇이 당신에게 가정과 정이라는 소재에 관심이 갖게 만든 건가?

주성치 : 분명 이전보다 생각이 성숙해졌다. 나이가 드니 내 나이와 걸맞은 배역을 연기하고픈 욕심도 강해진다. 내 지금 상태는 아버지를 연기하는 데 비교적 적합하다. 사실 언제나 내가 연기한 작품은 가정과 혈육간의 정을 강조하는 부분이 있었다. 자세히 보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거다.


외탄 : 당신은 부자지간의 감정이 어때야 한다고 이해하나?

주성치 : 부자지간이던 모녀지간이던, 아니면 다른 혈연관계이던, 그 감정만이 남을 감동시키고 상대방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만들어낼 수 있다.


외탄 : <장강7호>에서 당신이 연기한 아버지 역은 생활 속의 소시민이다. 당신은 계속 하층계급의 소시민을 주제로 내새웠다. 또 모습이나 복장 전부 너무나 낡고 지저분하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이런 소시민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나? 설마 당신 스스로 이런 역에 어울린다고 스스로를 한정하고 있는 건가?

주성치 : 소시민이 분투하는 이야기는 영원히 가장 감동적인 소재다. 나 자신 역시 하나의 작은 인물이다. 때문에 계속 이런 방향으로 영화를 만드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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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탄 : 감독이란 사람은 종종 무뚝뚝한 얼굴로 생각하며 영화 전체를 통솔한다는 압력을 견디는 것 같다. 당신은 갈수록 감독이란 역할에 익숙해질수록 배우 주성치는 엄숙해지고 생활 역시 갈수록 진중해지나?

주성치 : 아니. 연출도 좋아하고 연기도 좋아한다. 평소에도 농담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건 성격 문제일 뿐이다.


외탄 : 대다수 대륙 관객은 루니툰 웃음을 구사하는 당신의 스크린 속 모습에 익숙하다. 그러나 스텝들 눈에 당신은 오히려 무척 엄격한 사람이다. 당신은 자신에게 엄격한 인격으로 분열되는 경향이 있다고 여기나? 영화속 당신과 생활 속 당신은 칼로 자른 듯이 다른 두 종류의 사람인가?

주성치 : 영화에서 뭐라 하든 연기일 뿐이다. 자기 자체와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외탄 : 당신이 감독한 세 편의 영화 - 소림축구, 쿵푸 허슬, 장강 7호에는 전부 진짜 로맨스는 없다. 남녀 주인공은 사랑과 우정 사이의 모호한 애정만을 가지고 있을 뿐인데 왜 그렇나? 오랜 파트너 임자총은 당신이 사랑을 잘 모르고 날마다 집에서 무료하게 개와 놀며 재미없이 산다고 한다. 당신도 동의하나?

주성치 : 사실 위대한 로맨스 영화를 계속 찍고 싶었다. 지금은 먼저 <장강7호>를 선택한 것뿐이다. 이밖에 난 절대 현재의 생활이 무료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지금의 생활이 더 재미있는 걸.


외탄 : 모두들, 지금도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스타는 전 홍콩에서 주성치 말고는 없다고 말한다. 왜 이렇게 평범한 생활 습관을 고집스럽게 고수하고 있나?

주성치 : 별로 생각해본 적 없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는 거지……자전거를 타는 게 좋은 운동이기도 하고.


외탄 : “꿈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과 어항 속 물고기와 뭐가 다른가?”라는 대사는 가장 환영받는 당신의 대사 중 하나이다. 지금의 당신에게 꿈이란 무엇인가?

주성치 : 영화를 잘 찍는 것.


외탄 : 대중의 눈에, 45세 이전의 주성치는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루니툰 코미디의 대표였다. 당신은 45세 이후 모습이 대중에게 어떤 모습으로 각인되길 바라나?

주성치 : 모두에게 새롭게 느껴질 영화를 만들 능력이 충분한 제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