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글은 2008년 3월 20일 <외탄화보(外灘畵報)>에 올라온 두기봉의 인터뷰 부분을 번역한 글입니다. 원문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출처를 클릭해주세요. 단순 감상을 위한 목적으로 번역된 글이며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잡지사에 있습니다. 또한 문제가 발생할 시 언제든지 삭제됩니다. [편의상 기자가 두기봉 감독을 부르는 호칭을 '당신'이라고 번역했지만 원문에서는 깍듯이 존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이 인터뷰는 주로 <신탐>에 대한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출처 : 이 곳
글 : 이준(李俊)
이준: 《매드 디텍티브; 신탐(神探)》[이하 신탐] 대륙판에는 나레이션이 대폭 늘었고 삭제된 신도 있다. 그건 대륙 관객의 쉬운 이해를 위해서였나? 삭제된 부분은 직접 한 건가?
두기봉 : 삭제할 때 나도 의견을 냈다. 그러나 직접 칼을 들지는 않았다. 국내의 영화 제작사가 대륙의 심사 기준에 따라 의견을 냈고 나 역시 작품 자체에 손상이 없어서 좋다고 생각했다.
이준 : 《신탐》은 아주 전형적인 밀키웨이 영화다. 몇 년 만에 위가휘와 합작을 했지 않나, 위가휘에서 어떤 변화가 있나?
두기봉 : 사실 이 작품과 이전의 내 작품에는 차이가 있다. 베니스 영화제에서도 말했는데, 이건 위가휘와 공동 연출이지 나 혼자의 작품이 아니다. 이전에 합작에서는 위가휘가 주로 이야기 쪽을 맡았다. 그의 스토리는 아주 뛰어났고 요 몇 년 더 대단해졌고. 《신탐》에서는 위가휘가 단지 이야기만 담당하지 않았다. 나와 함께 어떻게 찍을까를 늘 생각했다. 앞으로 우리가 합작을 한다면 이 방식으로 충분할 것 같다.
이준 : 유청운과 5년 만에 찍었다. 밀키웨이의 철삼각(鐵三角) 두기봉, 위가휘, 유청운이 한데 모인 거다. 새 이정표란 의미인가?
두기봉 : 당연히 그 때의 날들이 무척 그리웠다. 나중에 모두 각자 갈라졌지만 연계를 여전히 유지했다. 사실 영화권 내에서 흩어졌다 만나는 건 아주 정상적인 거다. 그렇지만 오랜 동료가 함께 일하는 게 더 좋기야 하다.
이준 : 신탐은 자신의 귀를 잘라 선물하고, 고집스럽게 자신의 전처와 대화한다. 이런 이상한 행동은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한다. 이건 관객의 감각에 극단적으로 돌격하는 건가 아니면 다른 깊은 뜻이 있는 건가?
두기봉 : 사실 이 영화는 고흐한테 영감을 받은 거다. 현재 우리는 고흐를 색다른 천재로 여긴다. 베니스에서도 말했지만, 남들이 이해해주지 않자 고흐는 자신의 왼쪽 귀를 잘라 정신병으로 판정받는다. 나와 위가휘는 고흐가 사물을 보는 것과 색채를 보는 게 분명 우리와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고흐가 경찰이라면 그는 어떻게 사건을 해결할까?
이준 : 당신은 유청운의 캐릭터가 명탐정이라고 보나 아니면 미친 탐정이라고 보나?
두기봉 : 당신은 고흐가 천재인 것 같나, 아니면 정신병자 같나? 명탐정과 정신병자는 사실 관계가 없다, 각자 별개다.
이준 :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수많은 ‘귀(鬼)’가 있다. 신탐은 자신만의 특수한 예민함으로 이걸 꿰뚫어본다. 그러나 오히려 목숨을 잃는다. 이건 사람이 꿰뚫어보며 ‘신(神)'에 근접해도 자신의 명을 제어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의미인가?
두기봉 : 사실 ‘신(神)’의 사정이란 없다. 유청운의 배역이 더 많이 말하는 바는, 남들이 못 보는 진상을 볼 수 있어도 때로는 더 고통스럽다는 거다. 그는 정신병자에 가까운 천재이지만 예언가는 아니다. 임설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남들에게는 모두 귀(鬼)가 있지만 당신에게는 없다. 그게 바로 당신의 문제이다.”
이준 : 《신탐》에서 여성은 늘 사람의 내면에서 가장 계략이 뛰어나고 가장 냉정하고 또 나쁜 ‘귀(鬼)’를 연기한다. 왜 여성에 대한 인상이 그런가?
두기봉 : 어떻게, 당신이 본 임희뢰가 맡은 역도 귀(鬼)이지만 조금도 나쁘지 않았다. 여성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분명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여자들은 애인 때문에 모든 걸 초월하고 모든 출발점이 자신의 애인에게 집중되어 있다.
이준 : 비록 당신이 남자 형제의 우정을 이해하는데 반해 여성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지만, 최근 두 편의 영화 《호접비(蝴蝶飛)》와《참새; 문작(文雀)》[이하 문작]에서는 여성이 주인공이다. 자신의 결점을 정복하려는 시도인가?
두기봉 : 남자가 있는 한 여자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당신이 본 남자들 사이에서 여자를 떠날 때가 있는 걸 본 적 있나? 한 여인의 이야기는 종종 수많은 남자들을 끌어들이기도 하고 또 더 재미가 있다.
이준 : 과거 밀키웨이 영화에서 위가휘가 감독을 맡은 작품은 여성이 소재인 게 많았다. 그의 귀환이 당신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나?
두기봉 : 그렇지, 위가휘는 여자에게 관심이 많고 나야 이전에는 남자에게 관심이 많았지. 사실 남자와 여자는 떼려야 뗄 수없지 않나.
이준 : 《신탐》과《문작》모두 당신이 자유롭게 새로 시도한 작품이다. 때문에 자신이 너무 급진적이고 대중과 보폭이 맞을지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가령 적지 않은 해외 관객은 《신탐》을 이해 못하겠다고 했다. 《문작》은 베니스에서 상영됐지만 다른 영화와는 전혀 다르다.
두기봉 : 해외 관객의 화어 영화에 대한 이해는 중국 관객과 차이가 있다. 이건 계속 문제긴 했다. 나에게만 해당된 게 아닌 문제다. 《색,계》의 마작 씬을 홍콩 사람들은 무척 좋아했다. 중국인 가정 관계를 세밀하게 묘사해낸 거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이해를 못하더라. 그들은 마작을 해본 적이 없으니 그 속에 함축된 의미를 읽지 못한다. 내가 만든 영화가 전 세계인의 이해를 고려할 수는 없다. 평균적인 작품으로 깊이 들어가기는 어려우니까.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영화는 분명 가장 간단한 부분일 거다.
두기봉 : 영감이 고갈되면 쉬어야지. 자기 상태가 좋아야 찍고 싶어지는 거니까. 당신이 너무 피곤해서 남들과 대화하고 싶은 욕구도 없을 때 어떻게 좋은 영화를 찍을 수 잇겠나? 내 주변에는 감독이 아주 많다. 그들은 모두 열렬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로 그들의 신경은 아주 섬세하다. 나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사물이 종종 나에게 엄청난 감정을 일으켜준다.
이준 : 수많은 평론가들은, 당신이 만약 적당히 영화 생산량을 줄이면 경솔함을 줄일 수 있고 그런 점이 영화의 질과 분량을 더 뛰어나게 만들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 부인하나?
두기봉 : 작품의 질은 분량과 상관이 없다. 집중해서 찍으면 문제가 없다. 거장은 남들이 말하는 거다, 당신 자신이 그 일을 인정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거장이라고 말해봤자 스스로 만족할 수 없다. 감각이 좋을 때는 많이 찍을 수 있다. 몇 년이 지나 감각이 떨어지면 한 편도 찍지 않겠지만.
이준 : 요 몇 년 당신은 국제 영화제에 빈번히 나타났다. 개인적으로 그런 영화제를 어떻게 보나? 그들의 상이 당신의 도전의식을 더 고취시키나?
두기봉 : 영화제는 영화인들에게 분명 몹시 중요하다. 그러나 중요한 건 상이 아니라 교류다. 전 세계 영화인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란 아주 적다. 몇 개 영화제를 제외하고 만나기란 정말 어렵다. 그런 점에서 영화제란 회합이다.
이준 : 당신이 가장 찍고 싶은 건 어떤 풍격의 영화인가?
두기봉 : 제일 찍고 싶은 노선은 지금 분명하게 말하기 어렵다. 앞으로 10년은 계속해서 영화를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난 올해 52살이고, 60세까지는 찍고 싶다. 10년 후 어떤 모습이 될지 지금 말하는 건 소용없다. 그러나 그 10년이란 시간이 내 영화의 방향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변화한다면 어떤 점을, 방향은 어떨지, 계속 연구 토론해야 한다. 몇 년 전부터 계속 생각을 했고 결과적으로 이런 결론을 내렸다. ‘반드시 문학적인 방향에서부터 생각하자, 반드시 감정적인 면에서부터 생각하자, 반드시 우리가 고통스러운 점에서부터 생각하자.’ 이게 바로 앞으로 배울 내용이고 내 방향이다.
이준 : 허다한 홍콩 감독들이 대륙과의 합작으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고 있다. 그런 점에서는 당신은 뒤떨어진 편이다. 왜 계속 자신을 고수하나. 대작에 매력을 못 느끼나?
두기봉 : 대륙과의 합작을 배척하는 건 아니다. 지금은 적당한 기회가 없고, 적당한 내용이 있어도 심사숙고해봐야 한다. 난 완고한 사람이 아니다. (웃음)
이준 : 해외의 적지 않은 제작자들이 당신에게 외국어 영화를 찍기를 요청하고 있다. 왜 홍콩을 떠나기 싫어하나? 심지어 觀塘(홍콩의 지명)을 떠나서 영화 찍는 것도 바라지 않는 것 같다.
두기봉 : 한 사람의 작품은 탄생한 지역을 떠나지 않는 건, 고심해서 자신을 제한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런 감각은 정말 옳고, 영감도 여전히 고갈되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 감각이 사라지겠지만 영화를 계속 찍는 한 각지에서 찍어야 할 거다. 홍콩은 무척이나 재미있는 곳이다. 여기서는 전 세계 물건을 찾을 수 있고 날마다 수많은 사건이 발생한다.
이준 : 유청운이 연기한 신탐은 굉장한 편집광이다. 영화에 대한 당신의 태도에도 그런 편집적인 면이 있나?
두기봉 : 나도 집착한다. 나에게 영화란 물을 마시고 밥을 먹는 것처럼 불가분의 관계다.
이준 : 당신과 작업하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전부 당신의 기질이 이전보다 많이 좋아졌고 태도에도 변화가 있다고 말한다. 당신도 자신이 변했다고 느끼나? 그런 변화는 어디에서 온 건가?
두기봉 : 나이가 들었으니까. 정신력과 체력도 이전처럼 좋은 게 아니고. 그러니 목소리가 작아질 수밖에. (웃음)
이준 : 당신에게 욕먹은 배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계속해서 당신과의 작업을 원한다. 훌륭한 배우란 어떤 배우라고 생각하나?
두기봉 : 훌륭한 배우는 할 말을 한다. 영화를 찍는 건 전투와 같다. 전장에서 사람들의 태도는 평소와 분명 다르다. 그걸 진짜로 여기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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