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준(李俊)
촬영 : 소무(小武)

外灘:당신은 사극 찍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머리를 올리고 가발을 쓰면 자신이 제대로 연기하지 않는 것 같다고. 《적벽(赤壁)》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 느낌이었나?
양조위 : 기본적으로 사극 찍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그 공포감은 방송국에서 시작된 것이다. 당시 난 사극을 무척 많이 찍었지만 접착제가 너무 무서웠다. 접착제로 얼굴에 붙이면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사극에 큰 호감은 사실 없다.
外灘:수많은 감독들이 당신을 찾아와 인격이 복잡하고 음울한 심리상태의 배역을 맡긴다. 당신의 기질 또한 우울로 정의되어 더 이상 새로운 건 없을 것 같다. 스스로 이런 선입관을 좋아하나?
양조위 : 그들은 난관에 봉착했을 때 날 찾는 거지 간단할 때는 찾지 않는다. 그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어쨌든 매번 출연을 수락하는 건 날 무척 고통스럽게 만들고, 많은 시간을 들여 준비해야 하고 자료를 찾아야 한다. 그들이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外灘:이전에 당신은 《동성서취(東成西就)》같은 코미디 영화를 찍었지만 현재는 그런 작품을 볼 수없다. 앞으로 다시 편안한 코미디를 찍을 생각은 없나?
양조위 : 난 계속 코미디를 찍고 싶다. 《상성(傷城)》을 촬영할 때 금성무에게 “《상성》처럼 무겁지 않은 편안한 영화를 우리 찍어보자.”고 했었다. 《상성》을 크랭크 업 하기 며칠 전 금성무도 나에게 물었다. “코미디를 찍을 계획은 없나요?” 난 “아직은 생각 안 해 봤는데, 생각나면 말해줄게.”라고 말했다. 요즘 훌륭한 코미디 시나리오를 찾기 힘들다. 또 유머감각이 뛰어난 감독을 찾기도 어렵다. 유진위(劉鎭偉) 같은 감독들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다.
外灘:왕가위는 당신이 줄곧 자신을 돌파할 수 있는 영화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당신이 자신을 어떻게 돌파하게 만들지는 수많은 감독들의 난제가 되었다. 당신은 자신에게 무엇이 있을 때 돌파할 수 있다고 여기나?
양조위 : 사실 내가 아직 해보지 않은 역할은 많다. 또 한 두 편으로 돌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수없이 많은 시도와 축척이 쌓여야 비로소 돌파할 수 있다. 《색, 계(色,戒)》는 무척 좋은 시작이었다. 당연히 기존의 양조위와 다른 양조위를 대표하는 건 그 작품이 아니지만 무척 좋은 시작이었다. 난 자신이 조금씩 변하길 희망했다. 계속 그런 음유(陰柔:겉으로는 유순하나 속이 검다)한 남자를 연기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화양년화(花樣年華)》의 배역과 유사한 캐릭터를 너무 많이 연기했고 나에게는 변화가 필요했으며 관중 역시 보기 지겨워했다. 《적벽》의 주유란 배역은 비교적 강건하고 비교적 연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비교적 남성적이고 성숙하고 강건한 배역을 연기하고 싶었다. 그런 면은 관객들이 아직 내 영화에서 덜 본 모습이니까.

外灘:당신은 그렇게 비교적 음유하고 표일한 배역을 연기하는데 뛰어난 것 같다. 그건 왕가위가 과거 당신에게 딱 맞춘 캐릭터다. 당신 자신은 그런 모호함에서 의식적으로 멀어지려는 시도를 이미 시작한 것 같다.
양조위 : 고의로 변화를 추구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나도 지겨울 정도로 너무 많이 했다. 《2046》을 찍고 나서 나와 왕가위는 한 동안 떨어져있기로 결정했다. 너무 질렸기 때문이었다. 난 새로운 시도를 하면, 꼭 관객이 보기에 그렇지 않더라고, 내 자신이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면 신선한 감각이 생길 것 같았다. 내가 영화를 찍는 건 돈 때문이 아니고 어떤 사정 때문에도 아니다. 재밌기 때문이다. 십 몇 년 동안 같은 일을 했는데 재미가 없었다. 과거의 어떤 일을 반복하면 도전하고픈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적어도 3년은 떨어져있기로 했다. 난 《상성》을 찍고 나서 이안의 《색계》를, 현재는 또 오우삼의 영화를 찍었다.
外灘:당신의 다양한 단계는 모두 왕가위와 상관이 있었다. 그는 당신이 다시 돌파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다음에 당신이 촬영하는 《섭문전(叶文傳)》말이다.
양조위 : 정말 모르겠다. 왜냐면 우린 너무 친숙하다. 바라기야 하지만, 왕가위가 날 돌파할 수 있게 만들어 줄지는 모르겠다.
外灘:왕가위의 영화를 찍는다면 드라마나 활극, 어떤 게 더 도전하고 싶나?
양조위 : 다 어렵지, 왕가위가 날 내버려두지 않을 걸 알고 있으니까! 《섭문전》은 우리가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처음 찍는 무술 영화다. 무술 영화는 홍콩에서 60년~80년대까지 무척 유행했다. 내가 알기에, 왕가위의 작품에서 분명 나를 죽일 정도로 때리는 장면이 있을 거고, 관객들이 “아이고, 어떻게 저 지경이 되도록 때리나!”고 느끼게 때릴 거다. 왕가위는 분명 그렇게 할 거다. 그래서 난 마음의 준비가 되있고 체력도 단련하고 있다. 드라마도 여전히 좋고.
外灘:요 몇 년 당신이 함께한 감독에 유위강, 이안, 오우삼이 있다. 당신에게 끼친 영향이 비교적 큰 사람은 누구인가?
양조위 : 연기 면에서 이안의 영향이 가장 컸다. 나처럼 27년 된 배우에게는 수많은 것들이 일종의 관성으로 변한다. 신인과 다르게 항상 개량을 추구한다. 나 역시 개량을 추구한다. 그러나 관건은 당신의 잠재의식 속에 습관화 된 게 있다는 거다. 그래서 아주 민감해야 하고 집중력을 유지해야 진보할 수 있다. 이안은 나에게 수많은 것들을 깨우쳐줬고, 내가 배역을 창조할 때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한 달로는 불가능했고 반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배역의 창조에는 모습, 목소리, 걸음걸이, 눈빛, 표정……까지 필요하다. 과거와는 완전히 다르길 희망하지만 무척 어렵다.
外灘:《색, 계》에서 당신은 벗어야 했다, 그게 심리적 압박이 되지 않았나?
양조위 : 난 그건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느낀다. 모든 압박과 고통이란 총체적인 것이다. 영화, 배역, 촬영 과정에서의. 따라서 노출이란 일부분에 불과할 뿐이다.
外灘:많은 사람들은 당신의 현재 위치로 봤을 때 그런 희생은 불필요하다고 여겼다.
양조위 : 전문배우라면, 작품 안에서 필요한 걸해야 한다. 비단 나뿐 아니라 전 세계 배우 모두에게 해당된다.

外灘:추리소설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미국의 저명한 추리소설가 Lawrence Block이 당신을 위해 영어 시나리오를 각색중이라고 들었다. 지금 진행상태는 어떤가?
양조위 : 최근 진전이 있었다. 작년 뉴욕에 갔을 때 호텔에서 그와 오후 내내 떠들었고 무척 즐거웠다. 몹시 다행스러운 건, 그가 올해 결국 나에게 4쪽짜리 영문 시놉시스를 주었다는 거다. 다 읽고 무척 좋았다. 그렇지만 더 좋아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회사를 통해 그에게 이야기가 더 완정성이 있도록 다시 고칠 수 있는지 물어봤다.
外灘:이야기가 완성되면 영미 감독이 찍나 아니면 중국어권 감독이 맡나?
양조위 : 반드시 외국 감독이 찍어야 한다. 그건 마치 내가 대륙에서 만다린 어를 쓰는 영화를 찍을 때 언어전문가를 찾아야 가능한 것과 같다. 그렇지 않으면 찍을 방법이 없다. 왜냐면 언어를 모른다는 건 문화를 모른다는 거고 그건 근본적으로 찍을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外灘:감독이 누구였음 좋겠나? 모두 기대가 크다. 당신의 첫 번째 영어 영화일 수 있으니까.
양조위 : 모르겠다. 시나리오가 완성되려면 더 기다려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 팔지도 모른다.
外灘:현재 좋아하는 외국 감독이 있나?
양조위 : 내 취향은 의미가 없다. 나 역시 시나리오가 완성된 후의 감정이 어떨지 모른다. 만약 완성된 시나리오가 《무간도》같은 분위기라면, 관금붕 더러 찍으라고 할 수 없고 분명 유위강 같은 감독에게 찍으라고 해야 한다. 이건 그냥 비유일 뿐이다.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어떤 감독이 비교적 적합할지 생각해보고 나서 시도해볼 수 있다.
外灘:사람들이 당신의 연기를 본지 20여 년이 흘렀다. 당신은 현재 화인 세계에서 최고 정상급 연기파 배우라 찬양되고 있다. 부담스럽나?
양조위 : 그런 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어떤 타이틀이던 남들이 붙인 거다. 촬영에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여전히 즐길 수 있다는 거고, 발표된 뒤에 어떤지는 내가 상관할 바 아니다. 남들은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면 된다. 당신이 내가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말한다면 뛰어난 거고 형편없다고 말하면 형편없는 거고, 나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제일 중요한 건 촬영할 때 내가 즐겁냐는 거다. 다른 스텝들과 몇 달을 즐겁게 일하고 나면 이미 무척 만족스럽고 마음속에서 영원히 잊을 수 없게 된다.
外灘:당신은 벌써 남우주연상을 18번이나 탔다. 영화를 찍을 때 무엇이 당신을 흥분시키나?
양조위 : 배우로 살면서 상을 위해 일한 적은 없다. 그 과정을 즐기기 때문에 하는 거다. 우수한 영화인들과 함께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 내는 그 과정이 가장 즐겁다. 상이란 건 중요치 않다. 난 지금껏 그 트로피를 꺼내지 않고 상자 안에 넣었다. 빛이 들지 않는 아주 어두운 곳 말이다.
外灘:만약 배우가 아니라면 뭘 하고 싶나?
양조위 : 나도 모르겠다. 영화란 걸 떠나긴 무척 어려울 것 같다. 아마 은퇴할 수 있겠지만, 만약 영화를 할 수 없다면... 생각해본 적도 없다. 예전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렇지만 일을 안 하면 안 되니까 결국 다시 찾게 된다.
外灘:내 기억에 당신은 3, 4년 전에 은퇴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현재 실질적인 진전이 있나?
양조위 : 아직 없다. 늘 일선에서 물러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잠시 앞에 나선 거다. 무언가를 찾았을 때 스스로 제작이 하고 싶다. 그렇지만 아직은 아니다. 예를 들어 희극이라거나, 아니면 대륙에서 현대적인 소재의 영화를 찍을 수 있었으면 한다, 사극 말고. 사극이 너무 많다. 모두가 사극이나 전쟁물을 찍는다. 현대인과 밀접한 소재를 찍을 수 있을까? 지금의 홍콩 영화는 이미 천천히 변해왔고 갈수록 합작물이 많아진다. 영화의 공간 역시 갈수록 커진다. 예전에는 홍콩에서 로드무비는 찍을 수 없었다. 홍콩처럼 좁은 곳에 무슨 road가 있었나. 중국에 반환된 후 우리는 로드 무비를 찍을 수 있게 됐다. 마카오, 홍콩에서 하얼빈 등으로 도망치는 신도 이미 찍을 수 있게 됐고 소재 면에서 비교적 넓어졌다.
外灘:배우 말고 투자를 해서 장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나?
양조위 : 장사를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투자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당연히 자신이 번 10원이 50년 후에 3원으로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1원이라도 모두 피와 땀이 어려 있고 더욱이 우리는 배우니까. 그래서 투자를 한다면 많은 돈을 벌기를 원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인플레이션 때문에 당신의 피땀 어린 몫이 망가지지 말아야 한다.
外灘:어디에 투자하고 싶나? 사람들은 당신의 투자 능력이 비상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양조위 : 투자 능력이 필요 없는 곳, 부동산이면 좋겠지! 거기에 놓아두면 화폐가치가 떨어지진 않을 거고 적어도 돈은 거기 있으니까.
外灘:그런 쪽으로 유가령이 당신보다 적극적인가?
양조위 : 모르겠다.
外灘:당신의 건강문제에 대해 묻겠다. 매년 영화를 찍고 불규칙한 생활을 하지 않나. 지금은 좋아졌나?
양조위 : 요즘은 무척 좋다. 《적벽》을 다 찍고 나서 오우삼에게 “사실 내가 당신을 도운 게 아니라 당신이 날 도운 거다”라고 말했다. 만약 제작진 일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생활은 그렇게 규칙적일 수 없었다. 평소에 난 무척 게으르다. 일년간 쉴 수 있다면 날마다 무척 방만해질 거다. 그래서 일할 때는 생활이 오히려 규칙적이 되고 촬영이 없으면 비교적 ‘짓물러진다’.
外灘:‘짓물러진다’는 건 어느 정도인가?
양조위 : 짓물러진다’는 건 무척 방만한 정도를 말한다. 계획 없이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 자고 싶을 때 잔다. 내일 일이 없다는 건 9시에 일어날 필요가 없다는 걸 말한다. 사람을 만날 필요도 없고 일 때문에 스트레스도 없고 다른 사람을 이해할 필요도 없고 모임도 필요 없다. 따라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다.
外灘:《적벽》촬영시 오우삼은 당신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9개월 가량을 소모했다. 완성되고 난 후 당신은 자신의 상태를 조절하기 위한 휴가를 줄 계획이 있나?
양조위 : 통상 난 영화를 다 찍고 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스키를 타는 거다. 스키는 탈 때마다 흥분된다. 현장을 떠나면 외진 곳으로 간다. 고층 건물이 보이지 않고 압박감도 없으며 눈에는 온통 눈만 보이는 광활한 곳으로. 그런 감각이 무척 편안하고 공기도 정말 맑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혀 그런 감정이 없었다. 왜냐면 우리가 촬영한 곳이 이미 황량하고 스키 타는 곳과 똑같았으니까. 난 그 곳에서 오랫동안 묶여 있었고 따라서 또 그런 장소에 가고 싶지는 않았다.

外灘:스키는 잘 타나?
양조위 : 그럭저럭. 대회에 참가하는 게 아니라 내가 즐기면 그만이니까. 난 자유로울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아주 좋아한다. 스키란 다른 사람의 방해도 없는 한 개인의 일일 뿐이다. 자신이 스스로와 놀면 된다.
外灘:당신은 예전에 탁구를 좋아했다. 탁구는 반드시 둘이 쳐야 하는데 누구와 했나?
양조위 : 탁구는 계속 친다. 《적벽》을 찍을 때도 쳤다. 코치를 데리고 현장에 가고 보통 코치와 친다.
外灘:탁구를 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좀 케케묵은 느낌이 나니까. 지위가 높은 사람은 골프를 좋아할 것 같다. 왜 탁구란 취미를 계속 유지하나?
양조위 : 내 목적은 간단하다. 내가 운동을 진짜 좋아한다는 거. 탁구는 달리기와 좀 다르다. 남과 경쟁할 수 있고 훈련을 통해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난 그런 훈련을 좋아하고 또 운동도 좋아한다. 남들과 놀 수도 있으니 무척 편리하다. 또 날씨의 영향도 받지 않고.
外灘:보통 집에서 치나?
양조위 : 주로 친구네서 친다. 한 친구를 알고 있는데 그가 나에게 탁구를 소개했다. 10년 전에는 코치와 치기 시작했다. 달리기를 하지 않는 건 관절에 좋지 않아서이다.
外灘:요새 한 번 운동에 시간은 얼마나 들이나?
양조위 : 일이 없을 땐 대략 일주일에 6일은 탁구를 한다. 보통 모두 운동은 날마다 하지 않나.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건 불가능이다. 내가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배우에게는 체력이 필요해서 평소 체력 관리를 잘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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