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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대호출격 - 老虎出更,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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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사 타성에 젖은 강력계 고참과 정의감에 불타는 신참 형사가 짝을 이뤄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설정은 버디액션영화의 익숙한 공식중 하나다. <대호출격 - 老虎出更, 1988> 의 두 주인공 이경사 (주윤발) 와 마이클 (이원패) 도 버디액션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극과 극의 인물이다. 우선, 이경사는 강력계에서도 내놓을 만큼 무능력하고 게으른데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바람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구제불능. 반면에 마이클은 경찰이 천직인양 한 번 맡은 사건은 어떻게든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


   이경사와 마이클이 처음 만나는 도입부는 둘의 상반되는 캐릭터를 잘 보여준다. 우연히 무장 강도를 발견한 마이클은 본능적으로 뒤를 쫓다 식당에서 밥을 먹던 이경사와 마주치게 된다. 이 식당장면에서 이경사는 제대로 본 모습이 나온다. 막 남편이 있는 여자와 하룻밤을 무사히 보낸 그는 연심 하품을 하면서 계란 열 개를 컵에 깨어놓고 마시려고 한다. 신기해하는 주위의 시선이 느껴지자 '이건 대대로 내려오는 보양식인데 이소룡이 성룡에게 전수했고 성룡이 어쩌고저쩌고 그 다음에 적룡이 나에게 가르쳐줬지' 라고 밑도 끝도 없이 주절댄다.


   그 말투와 표정에서 경사만 11년째인 나태하고 능글맞은 태도가 몸에 절절 배어있다. 무늬만 강력계 형사인 이경사는 인질로 잡히게 되고 안전 따윈 상관 안 하는 마이클의 태도에 홍콩 경찰 역사상 길이 남을 추한 꼴을 보인다.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더하자면, 둘은 경찰이라는 직업에 대한 윤리와 성격도 일치하기 어려운 부류의 사람들이지만 별 실속 없는 마초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느물느물한 허풍을 달고 사는 이경사야 말할 것도 없고 마이클은 정의감이 강한 원리원칙주의자처럼 보이지만 그보다는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 경찰이 된 쪽에 더 가깝다. 울퉁불퉁한 근육질에 틈만 나면 힘자랑을 하지 못해 안달이 난 것처럼 사방팔방을 들쑤시고 다닌다. 힘만 좋았지 머리가 따라주질 않아서 꼭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게 된다.


   덕분에 피곤해지는 건 둘 다. 그냥 저냥 시간만 때우다가 진급이나 하려던 이경사나 모든 면에서 미성숙한 아이 같은 마이클이나 제대로 된 임자를 만난 셈인데, 도중에 마약밀매조직과 연관된 마리아나 (리지) 가 얽히게 된다. 세 사람이 아옹다옹하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홍콩영화 특유의 잔인하고 호쾌한 액션을 보는 것만큼이나 흥미롭다.


   <대호출격> 은 의형제인 유가휘와 함께 봉을 주무기로 하는 무협영화를 만들던 유가량이 본격적으로 현대를 배경으로 총과 주먹을 결합한 영화다. 그들의 팀인 '유가반' 이 액션을 담당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원화평이 <특경도룡> 을 만든 년도와 같다. 두 무술감독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인데 원화평이 <특경도룡> 을 하드보일드한 범죄물로 만들었다면 유가량의 <대호출격> 은 주윤발이라는 배우의 친근한 캐릭터와 오우삼식 총격전을 그대로 모방한 액션을 섞여놓는다.  


   각각 북방, 남방 무술을 대표한다고 알려진 두 사람은 60년대와 80년대 초에 걸쳐 만든 영화들이 그렇듯 어쩔 수없이 변화를 강요받던 시기의 영화도 조금씩 다르다. <특경도룡> 과 <대호출격> 의 공통점이라면 당시 유행하던 범죄영화의 전형을 무지막지할 정도로 거칠게 완성해 놓았다는 거다. 이외에도 무협영화의 스타 적룡과 강대위가 특별출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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