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료정(新不了情; Cest la vie, mon chéri, 1993)
신불료정(新不了情; Cest la vie, mon chéri, 1993)
각본, 감독 : 이동승
주연 : 원영의, 유청운, 진패, 풍보보, 오가려
우정출연 : 장애가, 장지량

참 정말이지 좋은 영화인데 이제까지 모르고 살았구나, 싶다.
그때는 몰랐다, <신불료정>이 얼마나 좋은 영화인지.
영화가 시작하면 유가령이 "망불료 망불료" 이렇게 노래를 시작한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서 튕겨 나간 남자가 나온다. 유명한 가수를 애인으로 뒀지만 이제는 한물간 작곡가, 아걸(阿杰: 유청운)이란 남자는 뛰쳐나와 아무도 자신을 못알아보는 뒷골목으로 숨어든다. 그리고 한 여자, 아민(阿敏: 원영의)을 공원에서 만난다. 집없이 떠돌아디는 개에게 먹거리를 챙겨주는 아민의 첫모습은 주성치가 주연하고 역시 원영의가 출연한 <007 북경 특급>에서 주성치와 원영의가 처음 만나는 장면으로 패러디되기도 했다. 영화는 <라스트 콘서트>의 홍콩판이란 세간의 평처럼 남자의 재기와 여자의 불치병으로 후반부가 채워진다. 그렇지만 감독이 이동승 아닌가. 이동승이란 이름답게 <신불료정>은 세상에 다른 이야기가 없다는 걸 인정하며 그걸 다르게 풀어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영화 제목부터 신파 멜로라는 틀을 부정하지 않는 이동승은, 내가 생각하는 멜로 영화가 가져야 하는 미덕 - 연인이 공명하는 순간 -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약 15년 전의 영화에서 보여주는 원영의와 유청운의 모습은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말로 형용할 수 없도록.


원영의는 이 영화로 금상장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바로 전 해, <아비와 아기>로 신인상을 탄 배우(아비와 아기에서 원영의는 정말 매력적이다)였다. <신불료정> 다음해에는 금상장에서 <금지옥엽>으로 다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다. 3년 연속 수상이란 엄청난 기록이었다. 당시 나는 이게 상당히 거품이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그녀의 연기에 대해서 과찬을 할 수는 없지만 원영의는 수상 결과에 승복하게 만든다. 유청운은 무리없이 연기한다. 어색해하는 모습, 자신과 이들은 다를 거라고 믿는 모습, 화낸 모습, 그리고 소통하는 모습, 이런 것들을 유청운은 무리없이 연기해내고 있다. 굉장한 연기라고 과찬할 생각은 없지만, 오히려 매끈하지 않고 어색해하는 듯한 모습이 아걸이란 캐릭터에 더 적절했던 것 같다. 이 둘의 아민과 아걸은 어떤 말도 입닥치게 만들고 무장해제시킨다.

마지막으로 주제가에 대해서, 만방이 부른 주제가 신불료정은 정말 좋다. 앤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삽입곡에 대한 이름이 나올 때 정말 놀랐다. 만방 뿐 아니다. 진숙화, 신효기, 이종성.....언제 이들의 목소리가 나왔더라, 다시 봐야겠구나 싶게 앤딩 크레딧 자체도 감동이다. 주옥같은 음악의 향연인 영화다, <신불료정>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만방의 주제가는 주제가상을 타지 못했다. 도대체 왜! 하고 봤더니 후보작이 <백발마녀전> 장국영의 <홍안백발>이고 수상작은 <동방삼협>의 매염방 주제가 <여인심>이다. 살짝 이해됐다.
영화는 원영의의 죽음을 확인하는 유청운의 모습을 끝으로 다음과 같이 아민이 아걸에게 하는 말(편지)을 자막으로 보여주며 맺는다.
"만약 삶에서 가장 끔찍한 일이 죽음 뿐이라면,
일상 속의 끝없는 어려움과 어떻게 마주할 건가요?"

이 영화는 내가 설정한 절대적인 면에 부합되지 않아도 마냥 좋아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 둘이 안고있는 저 포스터의 사진만 봐도 계속 울컥하며 만방의 신불료정을 부르게 만들어주는거다. 사랑이 뭔지에 대해 생각하게-그게 아주 잠깐이라도-만들어주는 거다. 시간을 초월하는 영화란 이런거다. 질문을 던지며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거다.
수상 : 13회 홍콩 금상장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