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번역] 서정뢰 인터뷰 : 미인이 화근이란 말은 남자들의 핑계일 뿐이다

주렁주렁™ 2008. 8. 8. 13:41
 
* 이 글은  2007년 12월 20일 <외탄화보(外灘畵報)>에 올라온 서정뢰의 인터뷰 부분을 번역한 글입니다. 원문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출처를 클릭해주세요. 단순 감상을 위한 목적으로 번역된 글이며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잡지사에 있습니다. 또한 문제가 발생할 시 언제든지 삭제됩니다.  출처 : 이 곳



《명장》의 여주인공 연생 역이 서정뢰에게 돌아가자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세 형제가 여자 한 명 때문에 반목하는 내용에서, 세 남자의 감정을 끌어내는 여자주인공에게 관심이 더 집중되는 건 당연했다. “세 형제를 그렇게 만든 여자는 도대체 어떤 여자일까 늘 생각했다.”는 진가신의 선택은 섹시한 서기가 아닌, 외국에서 인기 있는 장쯔이도 아닌, 기이한 매력의 주신도 아닌 서정뢰였다. 서정뢰는 진가신이 염두에 둔 ‘지성적인 반금련’의 형상 - 비교적 신여성이고 주관이 뚜렷하며 남자와 정신적인 교류가 가능한 - 에 적합했다.

지성적이면서 사실적인 분위기를 위해 서정뢰 역시 희생을 치른다. 연생은 촌부라는 공전절후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이제껏 이토록 촌티 나는, 재앙이 된 미인은 없었다. “매우 사실적이니까. 농민이고 그런 시대인데 화려한 옷을 입고 나올 수야 없지 않나. 그녀가 성으로 들어가고 나면 비교적 예쁘게 나오는걸 뭐.”라며 서정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열악한 환경 때문에 서정뢰는 오히려 처음의 모습을 좋아했다. “이것저것 껴입을 수 있었다. 촬영을 겨울에 했으니 무척 따뜻했지. 내가 겨울에 촬영하며 가장 덜 추위를 탄 작품이다.”

어떤 이는 《자마》를 새로운 《금병매》라 비유하기도 한다. 형수가 큰 형 서문경을 유혹해 두 사람은 둘째형 무대랑을 죽이고 마지막에 막내 무송이 그들에게 복수한다는. 서정뢰는 “연생은 이미 각성이 있었고 또 굉장히 혼란스러워한 인물”이라고 분석한다. 대다수 고대 여성은 삶에 대한 선택의 기회가 없었다. 그저 타인에 의해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러나 연생은 선택의 기회가 있던 인물이다. 그녀의 선택은 삼형제를 파란으로 밀어 넣는 작용을 한다.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서정뢰는 연생을 ‘재앙이 된 여성’이라 판단하는 어떤 의견에 대해서도 긍정하지 않았다. “연생은 《명장》을 결말로 끌고 가는 부분일 뿐이다. 사실상 그들 모두 바둑판 위에 놓인 보잘 것 없는 바둑알일 뿐이다.”





이준:《명장》은 남자들의 영화다. 주연을 맡은 남자배우들은 모두 굉장한 스타들이고. 유일한 여성 캐릭터 연생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는 굉장하다. 당신이 발탁됐을 때 이런 점에 압박감을 느꼈나?

서정뢰:외부의 관점으로 보면, 진가신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 같은 대단한 감독& 배우와 함께 작업한다는 사실이 굉장한 압박이 될 거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당신이 반대로 생각해보라, 이 분야 최정상의 인물들과 작업을 하는데 뭐가 싫겠나? 당신은 작업하기에 가장 훌륭한 동료를 《명장》안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신이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다는 점을 빼고는.


이준 :《명장》의 성격은 무척 사실적이다. 미남배우들이 초야의 농부가 됐고, 당신 역시 얼굴이 시커먼 촌부로 변신했다. 이 스토리에 익숙한 관객이 그런 점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감독의 의도를 어떻게 받아들였나?

서정뢰 : 《명장》을 쇼브라더스의 《자마》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영화로 받아들이면 된다. 《명장》의 인물들은 그들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의 테두리 안에만 묶여 있는 게 아니다. 시대적 배경에 의해 끌려간 사람들이다.


이준 :어떤 사람들은 연생을 ‘지성적인 반금련’이라 비유하는데 동의하나? 유전(流傳)되는 판본에서 여전히 연생은 미모가 화근이 된 여자다.

서정뢰 : 난 지성적인 반금련이라는 게 뭔지 모르겠다. 난‘미모가 화근’이란 말이 역사상 남성이 일이 뜻대로 안될 때 구실로 찾아낸, 여성에게 강제한 단어라고 느낀다.


이준 : 자마에 대한 의견은 무척 많다. 그렇지만 어떤 영상 작품에도 연생과 세 명의 남자 사이의 감정이 남아있다. 당신은 연생이란 이 여자의 기이한 점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나? 그녀의 매력은 뭔가?

서정뢰 : 연생의 기이성은 자마라는 사건 속 그녀의 쓰임새에서 확대됐다. 왜냐면 미모가 화근이란 구실이 더 선정적이고 더 기이하게 들리니까. 이 영화에서 연생은 과거의 그런 견해를 전복시킨다. 이 배역의 매력은 그녀가 어떤 배역보다 현대적인 느낌이 가장 강렬하다는 거다.


이준 : 이 소재는 수차례 복제됐다. 준비 과정에서 다른 작품을 본 적 있나?

서정뢰 : 장철판 《자마》는 봤다. 그러나 《명장》은 《자마》와 이미 다른 영화다. 감독은 헐리웃 영화의 수많은 요소를 영화 속에 관철시켰다. 내가 연기한 연생 역시 마찬가지다. 《자마》의 미란과 전혀 다르니 미란의 연기를 참고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준 : 금성무, 유덕화, 이연걸 전부와 멜로씬을 찍었는데 느낌은 전혀 다르다. 누구의 연기 방식이 더 좋았나?

서정뢰 : 셋 모두 관객을 감동케 하는 자신만의 장점이 있다. 당신 역시 판단하기 어려울 거다.

이준 : 당신이 연생이라면 삼형제 중 누구를 선택하겠나?

서정뢰 : 누구도 선택할 수 없다. 이 영화의 비극은 시대에 의해 만들어진 거다, 개인의 역량으로는 바꿀 도리가 없다.

이준 : 남성영화라는 점 때문에 다른 남자 연기자에 비해 능력을 발휘할 여지가 적고 쉽게 극 속에서 스테레오 타입의 여성으로 변한다는 인상을 받지 않았나?

서정뢰 : 능력발휘라는 점에서 남자 배역만큼 크지 않다는 점은 맞다. 그러나 스테레오 타입으로 변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연생이란 캐릭터는 내가 다른 유사한 작품 속에서 이제껏 본 적 없는 역할이다.


이준 : 훌륭한 여성영화가 적기에 당신 자신은 감독이 됐다. 자신이 감독한 영화에 더 마음이 가나? 《궁리적일자(宫里的日子)》가 투자 문제로 연기되지 않았나?

서정뢰 : 난 공부할 때 배우를 공부했다. 당연히 배우가 내 본업이다. 감독은 흥미일 뿐이지, 이렇게 하고 싶으면 하고 하고 싶지 않으면 안하면 되는. 《궁리적일자》가 사실 투자 쪽으로 문제가 생기긴 했고 현재 계속할 계획은 아니다. 코미디 영화를 사전 준비 중이다. 현재 시나리오 수정 작업 중이고 아마 내년에 촬영하거나 못하거나, 여러 쪽의 조건을 봐야 한다.


이준 : 당신이 당신 블로그에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30살이 넘으면 스스로 늙기 시작했다고 느낀다. 인간은 성숙하고 예전의 순진한 길을 계속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현재 당신 역시 자신의 위치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있나?

서정뢰 : 내가 늙었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서른을 넘었지만 정신 연령은 여전히 낮다. 그런 현상은 현대인에게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연기에 있어 난 지금이 가장 좋은 단계라고 느낀다. 너무 자만하는 건가? 확실히 20대 때 보다는 생활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고 자신이 뭘 원하는지 더 잘 알게 됐다. 이 시기가 한 배우에 있어 가장 좋은 시기이다. 표현력이야 말할 것도 없고 자제력에 있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