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유청운 인터뷰 : 나쁜 배역이란 없다, 나쁜 배우가 있을 뿐이지.
* 이 글은 2008년 4월 24일 <외탄화보(外灘畵報)>에 올라온 유청운의 인터뷰 부분을 번역한 글입니다. 원문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출처를 클릭해주세요. 단순 감상을 위한 목적으로 번역된 글이며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잡지사에 있습니다. 또한 문제가 발생할 시 언제든지 삭제됩니다. 출처 : 이 곳

이준:《신탐; 매드 디텍티브(神探)》는 올해 금상장 시상식에서 여러 부분 후보에 올랐다. 당신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지 못했는데 유감스럽지 않았나?
유청운:이연걸의 연기는 정말 훌륭했다. 어떤 바람도 없었다. 만약 그 상을 받는 게 어떤 사람들이 당신을 인정하는 의미가 된다면, 받지 못한다 해도 또 다른 사람들 역시 당신을 인정한다. 게다가 상이란 건 소수의 사람들이 판단하는 거지 영화 팬과는 관계가 그다지 없다. 당연히 만약 당신들이 다음에 나에게 주고 싶으면 나야 받으면 되는 거고(웃음). 두기봉과 위가휘는 무척 주관이 뚜렷한 사람들이고 그들이 찍는 걸 난 진짜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던 말든 우리야 강요할 수 없지 않나.
이준: 매번 당신이 말하는 걸 들으면 두기봉과의 작업을 진짜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왜 여전히 그와 작업하며 남자 주인공을 맡는 건가?
유청운:투덜거릴만큼 투덜거리고 난 뒤에야 가능해지니까. 안된다고만 하면 무슨 재미가 있나? (웃음)
이준:위가휘와 두기봉은 몇 년 떨어져있었다. 당신은 두기봉과 위가휘에게 어떤 변화가 있다고 느끼나?
유청운:흠, 두기봉은 좀 부드러워졌고 위가휘는 좀 활발해졌다. 이전의 밀키웨이는 무척 작은 영화사라 사람도 적었고 돈도 많지 않았다. 지금은 아주 큰 회사고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전과 마찬가지로 창작을 중시한다.
이준:밀키웨이를 떠난 후 당신이 찍은 영화에서의 인물 형상은 전혀 다르다. 그런 상태의 연기를 더 좋아했던 건가?
유청운:오랜 벗과의 합작에서 느끼는 감각은 당연히 좋다. 그렇지만 배우가 이렇다고 해서 배역을 거절할 수는 없다. 당신은 내가 어떻다고 말할 수 없고 배역이 어떤지를 봐야하는 거다. 우리가 항상 하는 말인데, 나쁜 배우가 있을 뿐이지 나쁜 배역이란 없다.
이준:사람들은 코미디 속의 보잘 것 없는 사람이나 두기봉과 위가휘 영화 속의 남자 주인공인 당신 모습에 익숙하다. 당신 자체는 어떤 배역을 연기할 때 가장 만족스럽나?
유청운:만약 당신이 집중해서 상대한다면, 어떤 배역이나 무척 복잡하다는 걸 즉시 알게 된다. 평범한 배우가 있을 뿐이지 평범한 배역이란 없고, 큰 배역과 사소한 배역의 차이도 없다. 만족스러운 점은 여전히 두기봉 작품 속에서 느낌이 좋다는 거다.
이준:《신탐; 매드 디텍티브》、《사념(思念)》같은 작품에서의 정신이상 캐릭터가 당신 개인의 정신상태와 사고방식에 후유증을 남기나?
유청운:정신질환을 하도 연기하니 습관이 되서 진작 면역이 됐지. (웃음)
이준:위가휘와 두기봉이 영화에서 각자 좋아하는 어떤 다른 풍격이 있나?
유청운:위가휘의 스토리는 당신이 마지막 부분까지 보지 않으면 진상이 뭔지 짐작할 수 없게 만든다. 두기봉은 엔딩에 이르면 이야기를 분명하게 설명해 당신은 결말을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영화의 결말이 없다고 느끼게 된다.
이준:두기봉 감독은 촬영 중 큰 소리로 욕을 잘한다고 들었다. 당신은 그의 작품에 가장 많이 출연했다. 그럼 욕도 제일 많이 먹었다는 건가?
유청운:두기봉이 욕하면 나도 바로 되돌려서 욕해줬지(웃음),촬영장에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니까.
이준:위가휘야 분명 욕을 못했을 테니 당신들 사이의 교류가 더 많았나?
유청운:시나리오에 의문점이 있으면 늘 그에게 물었다. 그는 욕을 전혀 안하니까 당신에게 그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말해줄 수 있는 거다. 한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사람이 태어날 때 도대체 착한 사람일까 아니면 악한 사람일까? 난 대답하지 못하고 위가휘에게 가서 물었다. 그는 나에게 그건 진작 정해진다고 했다. 내가 어떻게 정해지냐고 물었다. 그는 DNA가 이미 배치돼있으니까 라고 했다……그는 무척 과학적이고 철학적으로 그 문제에 답해줬다.
이준:위가휘와 두기봉의 합작을 어떻게 보나?
유청운:그들은 촬영장에서 두 가지 의견을 내지 않는다. 위가휘의 각본을 본 두기봉은 최선을 다해 찍는 거고 별다른 문제를 제시하지 않는다. 위가휘 역시 두기봉이 현장에서 어떤지 알고 있다. 또 그 장면을 찍을 돈이 없다는 걸아니까 너무 거대한 장면은 넣지 않는 식으로 서로 맞춰가는 거다.
이준:어떤 배역에 신선감을 느끼며 시도해보고 싶어지나?
유청운:지금으로서는 생활을 잘하고 싶다. 직업이 연기라 생활 속에서 종종 연기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는데 피곤해지니까.
이준:두기봉 감독이 당신 연기 인생에 영향이 가장 큰 사람인가?
유청운:가장 큰 사람 중 한 명이다.
이준:당신의 연기 인생에는 수많은 단계가 있었다. 밀키웨이로 돌아온 지금 계속해서 코미디를 찍고 싶은가?
유청운:난 코미디를 많이 찍었고 무척 좋아한다. 코미디를 찍는 제일 큰 장점은 그 덕에 내 많은 짐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거다. 가령 《절세호브라(绝世好Bra)》를 촬영할 때 남자도 브래지어를 착용해야 했는데 그러고 나니 어떤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심각한 작품을 찍다보면 코미디를 찍고 싶어진다. 정극만 너무 오래 찍다보면 피곤해지는데, 이 사람이 죽지 않으면……저 사람이 죽고(유청운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준:수많은 배우들이 1년에 5,6편의영화를 찍으며 연기를 위해 자신의 생활을 바쁘게 유지한다. 그런데 당신은 1년에 1,2편 정도의 영화만 찍는 낮은 작업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유청운:이미 충분히 바쁘다. 지금 갈수록 반드시 개인생활을 늘려야 한다고 느낀다. 연기란 생활에서 오는 거니까. 생활이 없다면 어떻게 연기할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