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남아본색 - 男兒本色, 2007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 낮의 거리에서 무장 강도가 발생한다. 고아원에서 자란 일 곱 명의 무장 강도들은 차량을 폭파시키고 1억 달러의 돈을 탈취해간다. 근처에서 결혼반지를 고르던 경찰 아진 (사정봉) 의 약혼녀는 그 폭발의 여파로 죽게 된다. 


   진목승 감독의 <남아본색 - 男兒本色, 2007> 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한 남자의 피로감으로 시작한다. 6개월이 지나도 약혼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진은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까칠한 수염에 온기 하나 없는 무표정한 얼굴, 목숨 따위 상관하지 않는 태도가 딱 그렇다. 진부하긴 하지만 경찰이 주인공인 액션 영화의 익숙하고 매력적인 설정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사적인 감정 때문에 괴로워하는 주인공과는 상관없이 다양하고 화려한 액션은 진목승 감독이 자신 있어 하는 부분처럼 보인다. 그는 몸과 몸이 부딪히는 육탄전과 화약이 터지는 순간들을 숙련된 기술을 동원하여 빠르게 이어 붙인다. 정신을 못 차리게 하는 속도감은 복잡한 척 무게를 잡는 단순한 이야기와는 상관없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 사정봉과 여문락, 오경 같은 탄탄하고 다부진 몸매의 배우들이 실현해내는 액션은 일단 폼 난다.


   진목승은 <성룡의 CIA> 나 <뉴 폴리스 스토리> 같은 영화에서처럼 많은 것을 보여주려다 모두 놓치는 고질적인 문제를 <남아본색> 에서도 그대로 재현한다. <메이드 인 홍콩> 의 이찬삼이 한 마디의 대사만 하고 죽는가 싶더니 중반 이후에 다시 나타나는 건 반가운 일인데, 세 명의 경찰을 무장 강도와 엮어놓고 경찰 내부의 배신자가 끼어들면서 종잡을 수 없어진다. 액션이라고 다를 게 없다. 무작정 보여주는 것에만 집중할 뿐 적절하게 통제하는 법을 모른다.


   <남아본색> 은 기본적으로 격투와 스턴트가 중심인 '액션' 영화지만, 혼재되어 있는 다른 액션으로 인해 방해를 받는다. 본격적으로 주먹과 발이 오고 갈라치면 총격전이 끼어들고 뒤이어 폭발음이 들린다. 누가 뭐래도 내 갈 길 간다는 식이라 나중에는 무어랄 것도 없다. 어디에도 방점을 찍지 못하는 액션은 서로서로 밀도가 떨어지게끔 상부상조한다. 스크린에서는 끝도 없이 액션이 펼쳐지는데 흥이 오르질 않으니 액션 '만' 좋다고 하기에도 난감하다.


   모든 것이 다 밝혀진 뒤에도 욕심을 주체하지 못하던 부패한 경찰의 종말은 불행하게도 액션영화의 종합전과가 되고 싶은 영화의 처지와 같아 보인다. 어째 진목승은 한 편씩 영화를 만들 때 마다 <천장지구> 가 어쩌다 걸린 로또였거나, 두기봉의 영화라는 것을 확신시켜 주려는 듯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전강호 - Curry And Pepper, 1990  (12) 2008.09.05
영웅본색이 소환한 추억  (12) 2008.09.05
흑백삼림(黑白森林)(2003)  (9) 2008.08.30
영웅본색 - 英雄本色, 1986  (7) 2008.08.29
맹룡(2005)  (6) 2008.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