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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헐리웃과 맞장뜨기 : 호주 B무비의 세계]에 나오는 왕우 이야기


[헐리웃과 맞장뜨기 : 호주 B무비의 세계]는 1960~70년대에 흥성했던 호주 B무비들을 다룬 끝내주게 재미있는 다큐멘터리이다. 이 다큐멘터리 자체만으로도 할말이 많지만, 더 흥미로웠던 것은 것은 이 다큐멘터리에 불쑥 왕우 이야기가 나오더라는 것이다.
이 시기엔 이소룡의 인기가 전세계적으로 높았는데, B무비로 유명한 호주 감독 브라이언 트렌차드 스미스는 '우리라고 쿵후 영화를 만들지 말란 법이 있느냐'는 정신으로 홍콩의 영화 스타를 끌어들여 쿵후 영화를 만들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홍콩에서 왕우를 불러와 [홍콩에서 온 사나이 The Man from Hong Kong, 1975]를 찍기에 이른다. 주인공은 왕우, 악역으로 캐스팅 된 배우는 한 때 007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조지 라젠비였다. 자기 관리에 실패한 조지 라젠비에게 호주 영화계는 피난처나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어쨌든 촬영이 시작되었는데...

[홍콩에서 온 사나이]의 관계자 중 한 사람의 말에 따르면 왕우는 "자신이 겪어본 최악의 인간 두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왕우는 아무도 존중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영화를 찍을 당시 트렌차드 스미스 감독은 신출내기였던 반면 왕우는 홍콩 영화계의 스타이자 이미 영화를 감독한 경험이 있는 경력자였다. 왕우는 촬영장에서 우두머리 노릇을 하려고 했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트렌차드 스미스 감독은 왕우의 이런 저런 행동에 의외로 노련하게 대처했던 것 같다.
또한 왕우는 백인 여자들을 쓰레기라고 생각했으며 백인 여배우들은 백인 여자들보다 못한 존재로 여겼다. 문제는 이 영화에 주인공인 왕우와 여자 주인공의 러브씬이 있었다는 것. 키스씬을 찍기 전에 왕우는 자기가 파리라도 먹어야 겠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고, 정작 촬영은 트렌차드 스미스 감독이 왕우의 대역을 맡아서 이뤄냈다고 한다. 트렌차드 스미스 감독은 [홍콩에서 온 사나이]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는데, 왕우에게 맞는 장면이 있었다. 한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영화에서 왕우가 때리는 것을 보면 그건 연기로 때렸다고 생각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한 배우는 감독에게 왕우를 때려줘도 되겠냐고 이야기한 적도 있었는데, 감독이 말렸다고 한다. 트렌차드 스미스 감독은 박스오피스에서 준수한 흥행 성적을 올려서 왕우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신인 감독으로서는 굉장히 노련하고 의연한 태도였다.

추신 : 7월 22일 저녁 8시 부천시청에서 임초현 감독의 [비스트 스토커 証人]를 상영하는데 상영 후 GV가 있을 예정입니다. 감독만 올지 배우도 같이 올지 온다면 누가 올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