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담

매드 디텍티브 마지막 장면 (당연히 스포일러 있습니다)


 

(보신 분들은 다 생각하셨을 당연한 얘기겠지만...)

씨너스 이수에서 지난 달에 이 영화를 다시 봤다. 스릴러 특집으로 [쏘우], [메멘토], [올드보이], [매드 디텍티브]를 요일별로 상영해주는 행사였다. 처음에 [매드 디텍티브]를 봤을 때 난감한 것은 마지막 장면이었는데, 호 형사는 시체들의 손에 쥐어진 총을 이리저리 옮긴다. 그의 목적은 분명하지만, 그가 어떻게 그 목적을 달성하려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영화평론가 허문영은 [매드 디텍티브]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는 이제야 알아차린다. 잘못 전해진 총들의 연쇄에서 홀로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 것이다. 알리바이는 성립되지 않으며, 그의 면죄는 불가능하다. 총은 결코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한다. 한번 불려나온 순간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무시무시한 총의 네트워크."

[매드 디텍티브]를 다시 보고 나서, 이 영화의 결말에 대한 생각은 더 단순해졌다. 마지막에 총이 어디로 갔는지만 보면, 호 형사는 두 자루의 총을 번 형사와 인도인의 손에 쥐어 놓는다. 그것은 호 형사가, 두 사람을 치와이를 살해한 가해자로 만들어놓기로 결심했음을 뜻하는 것 아닐까? 번 형사가 아니었다면 호 형사는 치와이의 손에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호 형사는 두려움 앞에서 양심의 가책을 털어버린다. 호 형사가 애인인 지지를 자신의 계획에 끌어들이게 되면 인도인은 치와이가 지은 모든 죄를 뒤집어 쓸 것이며, 번 형사는 자신의 비이성적인 추리에 집착한 나머지 치와이를 죽게 만든, 그리고 그 결과 사살된 정신병자로 낙인찍힐 것이다. 그러나 사건 현장에 남아 있는 수많은 탄흔들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크게 보면 허문영의 말이 맞다. 누군가 철저히 조사한다면 호 형사의 면죄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중에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 것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호 형사는 번 형사를 광인으로 매장하는 길을 택했고 그럼으로써 그 자신은 또 다른 치와이가 된 것이다. 그의 인격은 차후 어떻게 분열될 것인가?